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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 22. 2021

좋아하는 치약으로 양치하기

일상 속 작은 행복 찾기

20대의 나는 지금 현실이 고달프더라도 이 고비들을 넘기고, 견디고 나면 "행복"이라는 큰 선물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자기 계발서"가 유행했고 모두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감추려는 듯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내 주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고군분투하며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사회적 규범에서 정해놓은 "성공"을 이루진 못했으나 또 다른 누군가에겐 어려울 수 있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했다.


30대 초반인 지금, 내게 언제 찾아와 줄지 모르는 행복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남들이 하는 행위들을 똑같이 따라 하며 나와 맞지 않는 모습기보다는 아주 소소한 것들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 소소한 기쁨을 여내는 노력 하고 있다.


이 노력을 하기 전 치약, 샴푸, 바디로션 등 매일 사용하는 용품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걸 썼고 1+1 할인 행사를 하거나 유명한 제품들을 사용했다. 그러던 중 두피에 심하게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고 초반에는 사소한 부분이라 생각했으나 약, 연고 처방 등을 받기까지에 이르면서  하루하루 괴롭고 심적으로도 지쳐갔다. 그 뒤로 샴푸는 가격대가 나가더라도 고민하지 말고 이것저것 사용해며 나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냈고 오랜 관리 끝에 두피 트러블은 해소됐다. 내 두피와 모발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니 점차 두피는 점점 건강해졌고 트러블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선되는 두피 상태를 관찰하는 것도, 좋아하는 샴푸로 두피를 세정하는 시간도 점차 의미 있어지고 즐거워졌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월급을 모아 보상심리 명품을 사고, 여행을 가는 것보다 매일 하는 행위 속에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통해 얻는 '행복' 의  지속성이  더  길겠구나, 그 작은 행복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내 마음도 여유로워질 거고 나 포함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하루에 평균 3번,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위한 양치 시간, 그 시간 동안 치아에 좋아하는 향과 맛이 나는 치약을 사용했다. 하루 9분 (양치 1회 소요 시간 3분 x 3회) 무의미할 수 있는 순간을 내게 즐거운 시간으로 만든 것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안 텁텁한 치약' , '개운한 치약' 등으로 검색을 했고 여러 치약을 사용해본 후 내게 상쾌함을 선물해주는 치약은 약 2~3개 종류로 추려졌다. 다행히도 (?) 치약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가격대가 높은 치약들 보다 가격대가 높지 않더라도 입소문을 탄 치약들을 사용했을 때 더 만족스러웠던 기특한 나 덕분에 재정적으로도 부담 없이 일상 속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종류의 치약만 사용하지 않고 두 종류의 치약을 두고 아침, 점심에는 향기 좋은 치약으로 기분 전환하기도 했으며 취침 전에는 다음날 텁텁하고 불편한 아침을 맞지 않기 위해 구취 제거에 탁월한 강한 페퍼민트 향의 치약을 사용하곤 한다.  


이제는 치약 외에도 내 일상을 함께하는 소소한 용품들인 핸드크림, 바디로션, 섬유탈취제 등도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채워 나다. 딱히 즐겁지 않았던 하루였더라도 좋아하는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기분 좋은 향기와 질감의 핸드크림을 건조한 손에 발라주는 그 작은 순간을 잠시나마 즐길 줄 아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내게 부족한 부분들을 발전시키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관리 또한 중요하지만, 삶이 너무 팍팍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팍팍한 삶에 내가 적응해버려서 작은 행복 조차 용인하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습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도 작은 행복을 위해 좋아하는 치약으로 양치를 하며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또 다른 작은 행복을 위해 금세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여 간혹 구강 청결 부분에서는 금세 의미를 잃기도 하지만, 맛있는 걸 먹고 또 양치하면 되니까! 작은 행복의 긍정적인 연쇄작용이라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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