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서

by 안나

나라는 인간은 "나보다 널 더 사랑해", "널 위해서라면 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어" 보다 "나 만큼 널 사랑해"라는 멘트 속에서 설렘을 느끼는 편이다. 적당한 현실성이 베인 듯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랄까.


상대가 본인보다 나를 더 사랑해준다거나, 내가 자신보다 상대를 더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몇 년의 연애기간을 거친 후 결혼을 한 뒤 함께 살아가며 나는 A(남편)가 자신보다 나를 더 우선시해주기를 원했고 그것을 무의식 중에 당연시 여겼다. 그가 나와 결혼한 이유는 나를 무지막지하게 사랑해서일 것이니 항상 나를 최우선으로 여겨줄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고맙게도 A는 대체적으로 나를 배려하려는 태도를 유지했고, 다소 다양할 수 있는 내 감정들을 헤아리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 또한 그가 처한 상황들을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쌍방향의 아름다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상에서 서로를 제일 미워하는 것 마냥 주기적으로 싸우곤 했다. 말로서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곧 후회한 뒤 사과를 주고받는 레퍼토리가 반복되었다.


싸움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공통적인 이유는 결국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상대를 사랑한대도 극한의 상황 속에서 만큼은 상처 받거나 힘들어하는 나를 보호하는 것이 더 우선되곤 했다.


널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끔씩 포기하는 행위들을 사이좋게 번갈아가면서 '널 사랑해서 내가 양보했어.'라는 뿌듯한 생각을 내면에 차곡차곡 담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나만 많이 양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평소보다 체력이 저하되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엔 어김없이 다툼이 발생했다. 사랑한다는 명목 하에 너무나도 잘 안다고 자만했지만 상대의 머릿속까지 상세하게 읽을 능력은 가지지 못했기에 작은 오해들이 생겨났고, 그 오해들은 꼭 바닥을 칠만큼 힘들 때마다 다른 요소들을 핑계 삼아 터지곤 했다.


너는 너를,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소중하고 뜻깊다. 하지만 나의 상태가 불투명하고 피폐해질 때면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늘 '나'만을 내세우며 작은 양보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태도로 지양해야 함에 틀림없다. 하지만 늘 배려해주는 것을 아끼지 않던 상대가 어느 날 갑자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잠시 기다려주려 한다. 분명히 자신의 심신을 재정비하고 난 뒤에는 평소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줄 것 임에 틀림없으니까. 동시에 나부터도 심신의 지침으로 인한 삐뚤어진 사랑 표현, 예를 들면 짜증과 화 등이 일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나를 돌보는 것에 게으르지 않으려 한다. 가끔은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지만 나만큼 널 사랑할 때가 조금 더 많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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