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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Dec 23. 2019

건강이란 무엇일까

나 혼자만 건강한 것이 옳을까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 외에 신체적 · 정신적 · 사회적으로 완전히 좋은 상태 (WHO 세계 보건 기구. 1948)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주 말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건강이다. 만날 때 인사로 "건강하냐!"고 묻기도 하고 오래 못 보면 "건강해야해ㅠㅠ"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건강이 나빠졌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건강은 좋을 때 의식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나빠진다. 나빠지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힘이 배로 든다.


마음 건강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득과 손실로 날이 선 구조 속에서 우리는 쉽게 마음을 다친다. 자본주의는 마침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밥을 공급하는 일을 이루어냈다. 그와 동시에, 경쟁하지 않고서는 자원을 획득할 수 없는 구조 또한 만들어냈다. 이런 마음들, 개인이 가진 심리적 자원 또한 계급화되어 대물림된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너무나도 쉽게 반복된다.


출근길에 뉴스를 읽다가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많은 이들을 상처 주고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 있는데, 우리는 아등바등 더 아프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하다니. 너무 불공평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과연 건강할까?


나는 요즘 들어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도 '건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집단의 건강이라는 것은 지속 가능한 형태로 감정과 에너지가 유지되는 상태다. 누군가가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상태라면 건강하지 않다. 건강하지 않은 조직에 오래 있으면 자연스레 누군가는 건강하지 않게 된다.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도 집단의 건강을 이야기한다. 책의 부제는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이다. 여기서 힌트를 조금 얻었다. 그냥 건강 말고 '정의로운 건강'이 무엇일까. 책에서는 계급화된 건강과 국가의 역할을 지적한다. 규제에 따라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석면 공장의 예를 들며 자본은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사실도 이야기한다. 책을 막 끝냈을 때만 해도 나는 자신 있게 모두가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요즘은 전처럼 "쏟아지는 비를 멈출 수 없다면 함께 맞아야 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비를 맞는 일은 두렵다. 함께 비를 맞는 삶은, 젖은 옷을 매번 말리고 세탁하는 일은 힘이 든다. 내가 힘이 없으면 함께 비를 맞기도 쉽지 않다.


같이 하면 재밌다. (왼쪽은 만점 프로젝트, 오른쪽은 쓰레기 줍는 모임이다)

올해 온몸으로 알게 된 것은, 공동체가 없으면 건강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대학교 마지막 시간과 취업준비를 하는 기간을 거치면서 느낀 사실은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다른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노력해야지만 우리는 타인과 함께 지낼 수 있다.


우리는 안다. 무조건 공동체를 이룬다고 해서 그것이 다 행복하고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 공동체는 가족, 학교, 직장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는 오래된 권위를 해체하는 데 정말 좋은 도구다. 나는 건강하지 못한 공동체는 해체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체는 재조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공동체, 윤리와 도덕 같은 오래된 가치를 해체하면서 성장한다. 자본이라는 단일한 가치에 우리를 가두고 통제한다. 나의 관심사는 기존의 공동체를 해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재조립하는 데 까지 나아가는 일이다.


다 같이 건강할 수는 없을까?


경쟁사회는 건강함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가치관을 정당화한다. 다른 이의 자존감을 발판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는 생각과 말. 자원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게 조금씩 규칙을 바꿔서 결국에 자원이 없는 이들이 건강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사회. 깨진 유리창처럼 무너져가는 규칙들에 나는 쉽게 우울에 빠지고 만다. 우울을 다른 이들과 나누지 못하면 나는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버릴 것을 안다.


그럴 때마다 주문을 외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만 바꿔보자.


긍정적인 마음은 그 자체로 움직임이다. 달리기 같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 힘을 주고 힘든 자세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연습이 필요하다.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자꾸만 다 같이 모인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면서 버틴다. 다 같이 하면 재밌다.


모두가 함께 공동체의 건강을 고민하는 세상을 바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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