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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Mar 29. 2024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고요히 자연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좋다. 개천으로 나가 새의 날갯짓을 보며 새소리를 듣고 물결이 만드는 물소리를 듣고 풀과 바람이 만나는 소리를 보고 듣는다. 자연에 나가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풍요롭다는 진실을 온몸으로 느낀다. 삶이 주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차가 웨앵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전 공사를 시작한 건물에서는 쿵쿵 소리가 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핸드폰을 틀어놓고 보기도 하기도 하고. 자연이 아닌 다른 소리들이 나의 감상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었다. '아. 정말 시끄러워. 지금 직박구리 소리가 한창인데!' 자꾸 섞이는 소음이 싫었다. 새소리만, 물소리만, 바람 소리만,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만 듣고 싶은데. 자연의 소리만 듣고 싶었던 나는 불만이 가득했다.


 '아! 이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어느 날 깨우침이 바람처럼 살랑 머리에 스쳤다. '문명과 자연의 소리가 섞이는 것이 도시에서는 자연스럽고 참 고마운 일이구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 건물을 만드는 소리,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새 소리, 물 소리, 바람 소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들은 건 문명과 자연이 서로 어우러지는 소리였다. 문명과 자연이 조화로운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치우친 마음을 알아차린다. 한 쪽이 좋아 다른 한쪽을 잠시라도 부정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귀한 깨달음을 얻고서 국어사전을 보다 가슴에 빛이 들었다. 아 그렇지. '부정하다'의 반대말은 '긍정하다'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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