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선 Mar 03. 2024

이런 날이 있구나

  어제는 등에 손만 대도 아프길래 걱정이 되었다. 묵혔다 한 번 가는 동네 한의원에 냉큼 다녀왔다. 침이 너무 아파서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잘 가지 않는 곳인데. 거진 3주 가까이 몸이 가파르게 힘들었다. 심박도 빨라지고 입술을 비롯해 몸 여기저기 염증이 생겼다. 이런저런 증상을 쏟아 놓자 한의사 선생님은 가만히 맥을 짚어 주셨다. "스트레스가 많았네요. 면역력도 안 좋고."



 침은 정말 예상한대로 아팠다. 손바닥 왼쪽 아래에 침을 놓을 때는 악 소리를 냈다. "아악. 발은... 발가락에는 침 안놓으면 안될까요?" 호소와는 달리 발까지 침을 맞고 나서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혹시... 헬스 클럽에 가서 운동을 해도 될까요?" "헬스 클럽이요? 안돼요." "이틀 뒤에 PT가 있는데... 아예 안될까요? " "네. 지금은 몸이 힘드니 회복해야죠. 산책 같은거 하시면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최고 버전의 나를 만들자!'가 올해 목표였는데. 2월이 되기 1주일 전에는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려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그런데 갑자기 날이 갈수록 몸이 아프다. 몸만 아픈 게 아니라 아침에 침대 밖으로 나오는 일도 요 며칠은 버거웠다. "일주일에 몇 번 나오셨어요?"라고 물어볼 게 뻔한 헬스 트레이너님과 영어 공부를 같이 하기로 한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자꾸만 작아졌다. 생각대로라면 지금쯤 웨이트 트레이닝 하면서 근력 좀 키우고 있을 때인데. 밤 잠 줄여가며 영어 공부도 하고... 마음대로 안되네. 멋있게 쫙! 그게 안되네. 


  '이런 날이 있다니!' 상심에 잠겨 있을 때 "이런 날도 있는 거죠~"라고 말해 준 사람 덕분에 마음을 들여다본다. 포부만큼 할 수 없어서 많이 상심했구나. '최고 버전의 내가 되기!' 그래.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내 '생각'이었다. 근력을 키우기 전에 호흡부터 제대로 알고 가자. 최고 버전 보다 지금 버전의 상태를 아는 게 우선이니까.


가만히 오늘의 삶을 살아야겠다.


이런 날이 있다고. 이런 날도 있다고.

이전 06화 순조롭지 않은 전개를 통과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