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어서일까? 이름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때는 성이 왜 이렇지? 이름이 왜 이렇지?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아주 희소한 성씨와 아주 흔한 이름의 조합이 왠지 달갑지 않은 때가 있었다. 게다가 이름 운세는 얼마나 안 좋은지! 그걸 읽고 있으면 순식간에 서늘한 미래가 그려졌다. 참으로 냉담한 운세였다.
운세에 연연했던 마음이 희미해졌을 때 글쓰기 수업 과제로 '이름'에 대한 글을 쓰게 됐다. 뭐 어땠나 궁금해서 또 이름 운세를 봤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냉각되어 내려가는 기분! 와 정말 안 좋은 말이 그대로 쓰여있다. 그러나 금세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운세에 끌려가기 전에 내 마음을 들여다볼 일이다.
내 스스로 정의한 이름의 운명적 시선을 돌아봤다. "이름은 인생의 북극성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이 생각을 했을 즈음 얼마나 놀랐던가. 삶으로부터 배운 진리와 철학들이 내 이름에 이미 담겨 있어서.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구하니 의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존재한다는 건 아름답다는 뜻이구나.' 감탄했던 마음, '삶은 저마다 고유한 존재의 신성을 발견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을 이름 안에서 다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