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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Feb 22. 2024

당신 내면이 기적의 현장이 되기를

 '하나님, 이곳이 기적의 현장이 되게 해주세요.' 도장 가게 선반에 적힌 글에서 마음의 흔적을 느꼈다. 예사롭지 않은 곳이었다. 몇 평 남짓한 가게에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끊이지 않고 오갔다. 혼자 열쇠와 도장과 명함을 만드는 사장님은 종횡 무진 바쁜 와중에도 요구르트를 챙겨 주셨다. 완성된 도장을 손에 쥔 도장집 사장님이 말했다. "이걸 이렇게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따뜻한 말을 건네받으며 사장님이 기원한 기적을 상상했다.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저도 노력할게요.' 둥그스름한 달이 뜨면 놓치지 않고 소원을 빌었다. 마음의 평화를 기적처럼 바랬다. "마음에는 평화도 있고 전쟁도 있는데 환자분은 지금 전쟁만 있는 꼴이에요." "자기 스스로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입니다." 벌써 십여 년 전, 한의원에서는 자율신경 조절의 문제를, 내분비내과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진단받았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편도체가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킨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잦은 복통과 돌무더기를 얹은 듯한 어깨 통증을 안고 살았다. 거의 매일 쫓기는 꿈을 꾸고 새벽에 잠들면 무조건 가위에 눌렸다. 무엇보다 정신이 너무 피곤한 삶이었다.


외면하고 싶지 않아 쓴다. 지금 여기 없는 괴로움을 불쑥 살려내는 순간의 나를.


이해하면서 쓴다. 삶은 아름다움 뿐 아니라 고통 속에도 깃들어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쓴다. 괴로움에 취한 이의 가슴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삶과 존재들을.


닿기 위해 쓴다. 어둠 속의 윤슬을 기다리는 당신에게로.


그리고 나를 위해 쓴다. 비우고, 용서하고, 해방시키며 스스로 구원하기 위해서. 가장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의 나를 만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진실을 나누고 싶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퍼트리고 싶다. 그리하여 당신의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기를. 상처받고 닫힐 때마다 거듭 마음을 열기를. 왜곡된 렌즈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 좋겠다. 당신의 내면이 당신 삶에 기적의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실컷 이야기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친절을 목격할 때마다, 삶이 베푸는 보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언제라도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아무렇게 난 들꽃이 왜 예뻐 보이는지, 새소리가 왜 그토록 아름답게 들리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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