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림책에 대한 생각

그림책의 교육적 효과에 대하여

1. 그림책을 처음 접한 건...아니 그림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이가 태어난 이후였다. 그때도 솔직히 그림책을 잘 몰랐다. 그림책의 역할은 글자책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했다. 그만큼 그림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오만했다.


2. 구름빵이었다. 보는 내내 가슴 저 밑바닥에 내려와 닫힌 문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바깥의 공기가 들어오는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정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아내가 사들인 전집들을 읽어주며 그림책이 준 희열은 희미해졌다.


3. 짧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주는 풍부한 메시지는 수업에 활용하기에 적합했다.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접근의 용이성이, 어휘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는 이미지 해석의 다양성이 매력적이었다. 그림책은 학습 능력의 격차가 주는 수업 접근의 차이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4. 글자가 적어서 내용 공유의 시간이 짧고, 그림이 많아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으며, 해석의 공유 과정은 서로의 다양성 속에 공통점을 발견하는 유의미한 시간을 만들어 냈다. 그림책 수업이 저절로 학습능력의 차이를 줄여주고 이로 인해 교사는 유능감을 경험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더 많은 그림책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5.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림책을 읽는 것보다 읽은 그림책을 이야기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좋은 그림책은 많다. 하지만 그림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적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결국 생각과 느낌을 나눌 사람인 셈이다. 학교도 학원도 바로 이 때문에 다니는 것이 아닌가. 돈을 내고 한 번이라도 더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을 타인이 필요해서. 


6. 사람의 성장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마음과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페이스북도 인스타도 유튜브도 결국 타인의 마음을 접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려는 기술의 발현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좋은 그림책은 물론 그림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수업을 대하는 태도와 설민석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