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아 May 10. 2019

자온길, 그 이야기의 시작

전통공예, 그리고 재능 있는 작가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



‘아리수’, ‘한수’, ‘한가람’ 이 한강의 옛 이름이듯. 금강은 충남 부여에선 백마강으로 불린다. 백마강변의 작은 마을 규암리를 찾았다. 최근 이곳에 들어선 공방, 책방(동네서점), 커피가게, 백제술집 등에 젊은 발길들이 모인다는 소문을 듣고서다. 이 모든 공간을 만들어 낸 사람이 한 명의 여성이다. 인사동에서 시작해 북촌, 서촌, 헤이리 마을 등 대표적인 문화 거리에 공예와 갤러리, 전통문화 편집샵 등을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는 공예전문가 박경아씨다. 박씨는 현재 ‘자온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낡고 허름한 부여의 작은 시골 마을에 전통문화라는 씨줄과 공예라는 날줄로 새로운 마을을 3년째 만들고 있는 중이다. (2019. 02. 여성신문)





여러 가지 이유로 네가 손에서 흙을 놓아야 했을 때, 나는 그게 너무 슬펐었어. 너는 그림이면 그림, 도자면 도자 모두 다 잘했었는데…. 너같이 고운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작업을 못 하고 산다는 게 내가 다 먹먹했었어. 

네가 아주 오래 전 만든 다기를 볼 때마다 너를 생각했어.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 네가 그랬었어.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가 되어도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고. 네가 말하는 그 최소한의 비용이 너무 적었던 것도 슬펐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너무 슬펐었어.

그 때 그 기억들이 마음에 박혀서 나는 계속 키워나가고 싶어했던 것 같아. 왜 그리 모험하냐고, 확장은 위험한 거라고, 하던거나 하면서 편히 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갈 수 있었던 건 - 작품이, 공예가, 세상 그리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걸 아니까. 믿고 있으니까. 

지금 남들 눈에 조금 미친 것처럼 보여도 나는 꿋꿋이 가려고 해. 내가 지켜내고 싶은 것들을 지킬 힘을 얻을 때까지. 

- 박경아 대표 페이스북 발췌





안녕하세요,

박경아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해주신 자온길은 사실, 공예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공예 작가들이 생계 유지가 어려워 작업을 놓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좋은 손(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한 달 최저생계비도 나오지 않아 작업을 그만 두는 것을 많이 봐 왔습니다.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과 생계가 유지되는 판로를 동시에 주고 싶었고 그렇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면 작가는 성장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공예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 모든 장인들이 말씀하십니다. 30년 했더니 이제 시작같다고….


시간과 정성이 합쳐져서 완성되는 것이 공예입니다. 요즘 같이 모든 게 빠른 시기에 어쩌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일들이지만,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사랑하며 열심히 하는 작가들에게 저는 미약하지만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손으로 만드는 것들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전통공예가 일상에서 잘 쓰일 수 있게, 
삶에 즐거움을 줄 수 있게, 
잘 보여주고 잘 판매할 수 있는 공간. 
지금 제가 기획하고 꿈꾸는 공간입니다. 



거리를 조성하면 임대료가 폭등해서 더 이상 거리에 남아있을 수 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여러 번 경험했던 우리이기에 쫓겨 나지 않을 마을(거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지방의 비어있는 마을로 가자' 라고 마음 먹고 마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우리의 자온길 프로젝트. 


예전에는 번성했으나 사람들이 떠나고 빈 집, 빈 상가가 가득 남은 이 곳. 백마강변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 부여 규암에서 작가들이 모여서 마을에 새로운 온기를 넣고 있어요.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들려 드리려고 해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함께.






자온길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 있습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아깝고 아쉬웠습니다. 자온길을 만들어 온 그간의 스토리를 이제 세상에 내 놓으려고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원고 : 박경아 | 기획 : 필로스토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