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치료 6개월째

코로나 난민의 제주표류기 ⑦

by 연필소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문득 깨달았다. 잠에서 깰 때 심장이 훅 하고 살짝 조였다 말았다 하고 있었다. 아프거나 숨이 막히지는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심장 조임. 아침에는 늘 그랬구나.라는 생각도 동시에 났다. 마침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선생님께 털어놓았다. 사실 매일 아침 그런 증상이 있노라고. 그 말을 하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 게 있었다. 마음 구석 한편, 이제 모든 증상이 사라지고 빠르게 완치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걸. 선생님의 기특하다는 소리와 함께 '이제 약을 1/4 정도로 줄일게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혹은 '아직도 증상이 있군요'라는 실망 섞인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벌써 치료 6개월이 지나가고 있으니까. 잠깐 스치고만 생각이었지만.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심장이 조이는 증상이 있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오히려 질문이 돌아왔다.

"아 그런 증상이 쭉 남아있었네. 생각했어요."

"그 생각을 하면서 조금 불안했나요? 다시 심장이 아프거나 과호흡이 올까 봐 하는?"

"아뇨, 그냥 그렇구나 했어요. 선생님께 이야기는 해야겠다. 정도."

"그럼 됐어요. 정말 좋아진 거예요"

"아직도 그런 증상이 남아있는데도 괜찮은 건가요?"

"네 그런 증상은 공황장애가 오지 않았더라도 이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증상에 생각을 덧붙여 '심장이 왜 이러는 걸까. 완치는 안 되는 걸까. 내가 어딘가 진짜 잘못된 걸까'라는 불안이 시작되면 그게 안 좋은 거죠."

"아....!"


"몸의 증상에 대한 '인지'를 바꾸는 것"


"사실 증상 자체는 문제 되지 않아요. 공황장애 치료에서는 그 증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일 없이 그러다 말 거예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불안하다고 느끼면 불안은 또 다른 증상을 만들어내요. 악순환이죠"

"아,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증상이 다 없어진 줄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덤덤했어요"

"잘했어요. 그런 마음이 스스로 든다는 게 좋아졌다는 증거예요. 몸의 증상에 대한 '인지'를 바꾸는 것. 천식 증상과 패닉어택 증상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호흡이 빨라지더라도 통제 가능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죠. 그러면 정말로 많이 나아진 거예요."

"안 그래도 앞으로 패닉어택은 오지 않겠다 느끼고 있었어요. 과호흡이 오는 순간, 이건 진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천식의 호흡곤란과 패닉어택 호흡곤란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요"


"좋아요. 이제 두 가지만 잘 기억하면 돼요. 첫째, 환자분은(실제론 내 이름을 부르시지만)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없는, 자기 통제 밖의 상황에 불안함을 느낀다.

둘째,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날 때는 '몸의 증상'에 대해 생각을 덧대지 않는다. 호흡이 가빠질 때면, '요가할 때는 심호흡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안정을 찾아본다."


몸의 증상에 대한 '인지'를 바꾸는 것.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동안 내 마음속에는 늘, 이것이 정말로 폐나 심장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하는 작은 의구심이 있었다. 그 생각의 조각은 뾰족하게 뇌의 어딘가에 박혀, 어떤 순간마다 의혹과 불안을 찌릿하게 남기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알겠다.


의구심이 때문에 그 작은 조각이 빠지지 않고 있었음을. 그러나 오늘은, 매일 아침의 심장 조임을 깨닫고서도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내 치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몸과 마음 양쪽을 모두. 십분 남짓의 상담이었는데 효과는 컸다. 이 상담이 너무 고마워서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또박또박 내뱉고 나왔다.


9월 중순인 오늘, 연일 내리던 비는 오지 않지만 날이 꽤 쌀쌀하다. 이미 긴팔 옷을 입기 시작했는데도 내일부터는 재킷을 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름은 동네 고양이처럼 슬쩍 얼굴을 비췄다 사라졌지만, 가을은 꽤 길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가을에는 좀 걸어보자. 운동화를 신고 상쾌하게. 다시.

IMG_2084.JPG 언니집 거실에서 보이는 제주의 북쪽바다, 대한민국의 남해안. 청명한 날에는 선명하게 남해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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