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에서 세미나는 타깃 고객, 즉 구매의 결정권 혹은 영향력을 가진 key right person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강력한 마케팅 행사다. 세미나의 어원은 대학에서 특정한 주제에 대하여 학생들이 모여서 연구 발표나 토론을 통한 교육 방법에서 시작되었지만, B2B 비즈니스에서의 세미나는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적인 토픽이나 관련 어젠다를 엮은 발표회나 포멀 한 미팅을 일컫는다. 코로나 이후 많은 기업들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B2B 기업들의 마케팅 예산 절반 이상은 고객과 직접 만나는 행사, 특히 세미나에 많은 투자를 한다.
물론 최근에는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B2B는 Body to Body라는 말처럼 여전히 고객과의 성공적인 관계는 개인적인 직접 접촉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곳이 이 세계의 불문율이다. 그도 그럴 것이 B2B는 B2C 대비 거래규모가 크고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얼굴을 안 보고 100% 진행하기에는 아직까지 risk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세미나는 미래의 고객사에게 우리 제품과 기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설명, 사례 등을 통해 신뢰를 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행사다. 또한 현재 고객사들과의 실제 만남을 통해 우리 제품과 기술이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쓰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어떻게 개선을 해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 생생한 대화를 통해 귀중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은 온라인을 통해 5점 척도로 객관화되는 지표보다 더욱 긍정적이고 파워풀하다.
산업별로 다양한 종류의 세미나들이 있지만, B2B 비즈 목적에 따라 크게 구분하면 신규 고객 발굴, Lead generation을 위한 행사와 기존 고객 대상 추가 사업기회 발굴 즉 up-sell or cross-sell을 위한 행사로 나눌 수 있다. 둘의 목적이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행사장소나 준비하는 프로그램 역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성격, 고객에 따른 구분도 무시하지 못한다. 신규 고객 발굴을 위한 세미나는 당연한 얘기지만 가망고객들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우선이다. 마케팅 활동을 통해 육성된 Lead들, 세일즈 파이프라인 과정에서 최종 deal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Sales Lead, 그리고 기존 고객들의 추천 등을 통해 list를 추리고 여러 방식을 통해 미래의 가망 고객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만 한다면 일단 반은 성공이다. 그다음은 한정된 시간 내에서 어떤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이 깐깐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지가 절반이다.
기존 고객 대상관계 강화 및 추가 사업기회 발굴을 위한 세미나는 가망고객 초청이 신규 대상의 세미나보다는 수월하지만 고객별 프로그램 구성과 구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B2B 구매과정에서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간 관심분야가 다 다르기 때문에 세미나의 주제와 프로그램 구성이 달라져야 하고, 기존 고객 간에도 매출이나 기여도가 다른 경우가 많아 VIP와 그렇지 않은 고객들 간의 행사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항공기 체크인 시 우수고객 전용 카운터라든지, 갤러리 우수고객 특별 초대전 등에서 보듯 고객은 이런 세심한 차이에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B2C건 B2B건 비즈니스에서는 꾸준히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로열티 높은 고객이 최우선임을 명심하자. 또한 기존 고객 대상의 세미나는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륜도 있고 경험도 많은 C레벨이나 소위 전문가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콘텐츠의 질과 초청 게스트 레벨 등에서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세미나들을 기획하면서 중요한 점은 어떤 세미나든지, 1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닌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지속하는 게 필요하다. 세미나 콘셉트를 정의하고 이에 따른 공식적인 타이틀도 짓고, 타깃별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할지, 행사장은 어디로 할지, 어떻게 홍보할지, KPI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플래닝이 필요하다. 일 년의 한번 혹은 그해 성과가 좋을 때를 기념해 그동안의 고객 성원에 감사하는 의미로 근사한 호텔에 저녁식사를 초대하고 유명인을 불러 초청 강의를 하는 접대성 행사는 엄밀히 얘기하면 세미나가 아니다. 때가 되면 그 회사의 세미나 초청장이 기다려지고, 올해는 어떤 내용일까? 나한테 어떤 도움을 줄지? 올해 업계 트렌드는 어떤지? 또 어떤 신제품을 들고 나올지? 등 고객이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당 세미나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고객들의 뇌에 각인되어 “시간 되면이 아닌, 꼭 참석해야만 하는” 중요한 행사로 저장, 상기될 수 있다.
신규 고객 발굴을 위한 세미나
글로벌 CRM솔루션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19년 한국 지사 설립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과 영업을 통해 고객 수를 꾸준히 늘려왔는데 특히 세미나를 통한 신규 고객 발굴에 많은 공을 기울였다.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 외에도 주요 기업의 Influencer나 Key stakeholder 등을 초청하여 업무 영역별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와 비결, 라이브 데모 등 알찬 프로그램 등을 구성하여 수시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Lead를 확보,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인 현대자동차나 LG그룹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라이브 코리아
또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주제와 고객 대상으로 여러 웨비나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미래 찐팬 만들기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웨비나에 참여하려면 Lead form을 통해 기본 신상정보는 입력, 제출해야 하지만 콘텐츠의 quality가 좋아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한 고객 대상으로 가방과 같은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 역시 긍정적인 전파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 강자인 NHN클라우드는 주요 고객인 관공서, 병원, 학교 등의 관계자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술 및 도입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정기적인 세미나는 물론 해당 고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학회 행사, 헬스케어 박람회 등을 후원하며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한 세션으로 NHN클라우드를 소개, 신규 고객을 발굴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를 고객이 직접 신청하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래의 잠재고객 양성은 물론 클라우드 플랫폼 강자로서의 잠재적인 홍보효과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기존 고객 대상관계 강화 및 추가 사업기회 발굴을 위한 세미나
우리가 근무하는 빌딩 오피스나 쇼핑몰, 큰 호텔 같은 중대형 상업시설 등은 보통 설계 시점부터 공기조화(에어컨디셔닝, 환기 등) 시스템 선정이 함께 진행된다.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큰 쇼핑몰이나 호텔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50억 이상의 규모로 보통 입찰 전후로 많은 공조회사들의 수주전이 벌어진다. 이런 수주에 이기기 위해서 보통 큰 평가요소로 판단되는 것이 가격, 제품의 신뢰성 그리고 에너지 효율이다. 여기서 가격이나 에너지 효율은 명확한 숫자가 나오기 때문에 객관적인 지표 싸움이지만, 제품의 신뢰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제품 구매의 최종 결정은 사업시행사가 하지만, 관련 건축 시공사, 빌딩 안의 적합한 제품의 설계를 책임지는 컨설턴트 그리고 실제 제품을 설치, 감리하는 인스톨러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추천이나 영향력에 선정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전 세계에서 항상 우선순위로 추천하는 브랜드가 일본의 Daikin(다이킨)이다. 글로벌 No.1 공조 전문회사인 일본의 다이킨은 공조 전문 기업으로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 그리고 서비스로 100년 가까이 업계 1위의 아성을 굳게 유지하고 있는 회사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공조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중국과 한국 제외)에서 MS 1위를 달성하고 있는 다이킨의 강점 중 하나는 고객관계 즉, CRM이 아주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고, 특히 ‘기술 세미나’는 이 CRM의 핵심 콘텐츠다.
다이킨의 기술세미나는 공조뿐만 아니라 B2B 업계에서도 유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국가별로 이름의 차이는 있지만,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항을 디테일하게 분석하여 타깃 맞춤형 세미나를 수시와 정기적으로 제공하면서 그들만의 강력한 “네트워킹”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설계, 기술 총책임자인 컨설턴트에게는 자사 제품의 설계 가이드와 최근 트렌드 관련 정보, 시공을 담당하는 인스톨러에게는 설치 관련 팁, 트러블 해결 방법 등을 수시로 세미나를 통해 공유한다. 더불어 시행사나 시공사에게는 최근 해당 국가의 에너지 규제에 대한 업데이트, 향후 예측과 관련 컨설팅 등 발 빠른 정보를 제공하면서 업계 전문가로서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면서, 최종 결정권자로 하여금 결정에 망설임이 없게 Barrier를 사전에 무장해제시켜버린다. The world’s No.1 air conditioning company라는 다소 건방진 슬로건을 감히 쓸 수 있는 이들의 디테일함과 강력한 네트워킹 파워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가지 못한다.
제약회사 역시 전통적으로 세미나를 통한 고객관계 강화 및 신제품 홍보 등에 큰 투자를 하는 업종이다. 특히 의사들을 상대로 자사의 신약 실험 효과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업계 전문가 초빙, 해당 질병에 대한 최신 트렌드 및 업데이트 자료 등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신뢰감 형성을 노린다. 예전에는 세미나를 핑계로 투어, 골프 등의 접대성 행사가 메인이었지만, 법 제정, 윤리경영, 내부적인 자정 등 사회 청렴의 변화로 인해 요즘은 세미나의 내용과 주제, 연사 등 콘텐츠의 질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행사내용도 콤팩트하게 구성한다.
세미나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서로 Win Win이 되어야 한다. 짧게는 저녁시간부터 길게는 하루 종일, 바쁜 시간을 쪼개서 참석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다면 다시는 해당 회사의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고객이라면 이 세미나에 참석할 것인가? 본인에게 되물어 보고 고객에게 어떤 ‘added value’를 줄 수 있을지 기회비용 측면에서 면밀히 따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