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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는 Body to Body? 해외바이어 완벽접대

B2B마케팅 심화학습

by 물병자리

병원 수술용 영상 의료 광학 전문 X센서의 미국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리드(LEAD) 발굴과 이를 통한 상담 및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하나둘씩 신규 거래선이 발굴되고 있으며, 제품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규모가 큰 거래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컨택해온 '빅 덴탈(Big Dental)'은 북미뿐만 아니라 중남미까지 탄탄한 유통망과 네트워킹을 갖춘 매출 1조 원 이상의 대형 바이어다. 이런 회사의 총 구매담당자와 책임자들이 한국으로 4박 5일간 X센서를 공식 방문한다고 한다. X센서의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VIP 고객들이다.


해외 비즈니스가 활발한 B2B 회사들은 다양한 나라의 고객사 한국 방문 접대가 필요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보통 한국까지 고객사가 온다는 것은 중요한 상담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 호스트로서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성심성의껏 고객을 접대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상담과 회사에 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비즈니스에서는 '접대'라는 단어가 갑을 관계에서 술집 같은 곳에서 양주를 마시며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떠올리게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객 접대를 기업의 전략적 활동 중 하나로 간주한다. 특히 B2B 비즈니스에서 고객에 대한 접대는 구매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영업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접대를 위해서는 사전에 면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1단계: 사전 고객 특성 파악이 성공의 열쇠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와 고객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탐정 영화에서 나오는 한 대사처럼 "집안의 강아지가 뭘 먹는지?"까지 샅샅이 조사할 필요는 없더라도, 방문 고객들의 특성을 최대한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특별한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경우, 영어 소통은 원활한지?

한국에 와본 적이 있는지? 어떤 곳에 가보고 싶은지?

개인적인 취미나 관심사는 무엇인지?


이런 내용들은 정중하게 요청해서 설문을 받아보자. 한국 문화적으로 보면 실례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려는 호스트의 친절함에 감동해 대부분의 고객들이 흔쾌히 응해준다.


식사는 접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국가들의 손님을 접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고객들이 중동의 아랍 고객들이었다. 대부분 무슬림이라 돼지고기가 금기시되고 다른 육류도 할랄(Halal)만 가능해서 식사 준비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매일 일정에 아랍 식사를 포함하고 고기도 최대한 배제했으나, 특히 호텔 조식의 경우에는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해 매끼 아랍 음식을 별도로 준비해 호텔에 사전 양해를 구하고 따로 어레인지한 적도 있다. 보통 미국이나 아시아에서 오는 고객들은 식사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잘 드시지만, 중동이나 유럽에서 오는 고객들은 입맛이 까다로워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나마 나라별로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 식사는 일식과 해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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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건강상태와 알레르기 유무 등도 사전 파악이 필요하다. 음식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로 인한 알레르기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모신 미국의 한 고객은 한국 호텔 내 침구와 실내 미세먼지 때문에 심한 알레르기로 고생한 적이 있다. 그 후 이런 고객들을 위해 특히 환기가 잘 되는 숙소를 파악하고 공기청정기를 사전에 구비해 놓기도 한다.


숙소의 경우에도 사전 고객 특성에 따라 방향을 정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5성급 특급호텔을 싫어할 고객은 없다. 최고급 호텔에서의 숙박은 우리가 고객을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한 첫인상이고, 머무는 동안의 편안한 경험이다. 하지만 같은 특급호텔이라도 시내 주요 관광지와 인접해 나이트라이프와 쇼핑을 즐기기 편한 곳인지, 아니면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어 여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인지에 따라 머무는 동안의 컨디션과 비즈니스 분위기가 달라진다.


2단계: 전략적 일정 설계와 실행


고객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일정 설계에 들어간다. 단순히 관광 코스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Day 1 (도착일): 부드러운 시작 국제선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을 고려해 첫날은 가벼운 일정으로 구성한다. 공항 픽업부터 시작해 호텔 체크인, 간단한 환영 식사 정도로 마무리하며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Day 2-3 (핵심 비즈니스): 본격적인 상담 시차 적응이 어느 정도 완료된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비즈니스 미팅을 시작한다. 회사 소개, 제품 시연, 공장 견학 등 핵심 비즈니스 활동을 이 기간에 집중 배치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회의만 하면 피로도가 누적되므로, 중간중간 문화 체험이나 휴식 시간을 적절히 배치한다.


Day 4-5 (관계 심화): 문화 체험과 마무리 비즈니스적 논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는 한국 문화 체험과 관광을 통해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출국 전날에는 최종 미팅과 함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한 정리 시간을 갖는다.


심리학을 활용한 브랜드 각인 전략

일정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 노출을 통한 브랜드 각인이다. 영화 '포커스'에서 윌 스미스가 중국인 갬블러에게 숫자 55를 하루 종일 노출시켜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킨 것처럼, 우리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반복 노출시킬 수 있다. 마케팅 이론에서 'Reach 3+'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인지하기 시작하려면 최소 3번의 노출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다. 이를 접대 일정에 적용해보자. 예를 들면


호텔 도착 시 환영 선물에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한국 전통 소품

이동 중 지나가는 옥외광고판이나 건물 사이니지 활용

호텔 룸에 우리 브랜드가 소개된 업계 잡지나 신문 비치

레퍼런스 고객사(병원) 방문을 통한 실제 사용 현장 목격

업계 관련 인사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 주선 등이 자연스러운 브랜드 노출 포인트들이다.


기술력과 품질 어필 R&D 센터나 생산 시설 견학을 통해 우리의 기술력과 품질관리 수준을 직접 보여주는것도 중요하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고 체험하는 것이 훨씬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업계 네트워킹 기회 제공 단순히 우리 회사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관련 업계 전반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업계 세미나 참석, 협회 임원진과의 만남, 주요 고객사 대표들과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한국 시장 진출 시 필요한 인맥을 만들어준다. 경쟁 우위 요소 자연스럽게 노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강점을 일정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예를 들어 X센서의 경우 정밀도가 뛰어나다면, 이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시연을 포함시키거나, 이미 도입한 병원에서의 성공 사례를 직접 들을 수 있게 한다.



3단계: 색다른 경험으로 평생 기억에 남게 하라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오더라도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 이틀 정도는 관광을 일정으로 추가한다. 이럴 경우 전문 가이드를 고용하거나 여행사에 턴키로 맡기는 곳들이 많은데, 가급적이면 전문가의 도움은 받되 직접 호스트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향후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도 좋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은 평생 추억이 되고 절대 잊히지 않는다. 보통 코스를 구성할 때는 고객의 특성, 선호도, 취미, 나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구성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서울 시내라면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고궁, 남대문, 이태원, 남산타워 등의 장소를 방문하지만, 그런 곳보다는 조금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스포츠 체험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한 번도 야구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 고객들이라면 야구장에 모시고 가자. 전 세계에서 직접 야구경기를 볼 수 있는 국가는 10개국 미만이다. 영국의 BBC가 극찬한 한국의 열광적인 야구 응원문화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유명한 '치맥'도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다.


계절별 특별 체험 계절이 겨울이라면 평생 눈을 보지 못하는 중동, 동남아시아 고객들을 모시고 스키장에서 일일 스키체험도 꽤 색다른 경험과 추억이 될 수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관광지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대해 의외로 관심이 많다. 그래서 판문점 방문도 의외로 인기가 많고 흥미로워하는 곳이다.


저녁에는 보통 간단한 음주를 곁들인 나이트라이프도 좋은데, 이태원이나 강남보다는 오히려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맥주 거리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도 해외에 나가면 일반적인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이나 술집이 아닌, 그 나라 사람들과 호흡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에 가보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들도 가장 한국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에 더 끌린다. 실제로 많은 고객들을 모시고 직접 다니면서 이런 장소에서의 경험들을 고객들이 의외로 많이 좋아했고, 후에 다시 만날 때도 그날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며 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숙소도 특급호텔도 물론 좋지만, 북촌 등지의 한옥호텔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 많은 이들이 일부러 이국적인 문화에 반해 여행지를 선택할 때 템플스테이나 한옥체험을 진행하곤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고, 이제는 이것이 보편적일 수 있다. 강남스타일에서 시작해 오징어게임, 기생충, 치맥, 이날치까지 이제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트렌디하고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 고객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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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마인드로 함께 즐기자

비즈니스 접대라고 너무 딱딱하게만 접근하지 말자. 유연하게 생각하고 함께 즐기도록 하자. 결국 B2B는 'Business to Business'가 아닌 'Body to Body',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진정성 있는 접대와 배려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성공적인 해외 바이어 접대는 철저한 사전 준비, 전략적 일정 설계, 그리고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비즈니스의 성공은 물론,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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