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자들의 두 번째 일

딩크라면 김원희처럼

by 그랑


기혼 여성 예능인 중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람으로 김원희가 있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 패션이나 메이크업과는 별개로 그가 자리한 어떤 곳에서도 감춰지지 않는 무엇. 그러니까 김원희라는 사람이 가진 눈빛, 표정, 어투, 타인에 대한 태도, 토크 프로그램에서 언뜻언뜻 엿보이는 생각들. 비슷한 이유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의외의 뮤지션과 소박한 결혼식을 하고 제주살이를 시작한 이효리, 결혼 후 한동안 가정 주부로 충실했던 자우림, 가난한 시인과 결혼한 아나운서 고민정 같은 기혼 여성들의 행보를 지켜보곤 한다.


첫 아이가 두돌 즈음이었던가, 한 신문사 출판부에 지원한 적이 있다. 최종 임원 면접을 보던 날,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리빙, 패션 잡지에서 쌓은 경력으로 신문사 산하 출판 편집자 직군에 지원한 이유, 잡지 기자 경력이 단행본 출판에서 어떤 강점이 될 수 있을지를 증명해야하는 자리였다. 올해 출간하고 싶은 단행본 기획을 즉석해 말해보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결혼한 이효리의 에세이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는 울어 버렸다. 아무런 맥락 없이 난데없이 터진 눈물에 나조차 적잖히 당황했다. 나이가 지긋한 임원들은 엄마의 정체성을 감출래야 감출수가 없는 한 젊은 여성 구직자가 감정을 추스리기를 기다려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 뒤로는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결혼과 출산으로 생긴 공백은 나를 더 깊어지게 한 시간이라고 잔뜩 변명을 해둔 터였다. 그 포부는 까맣게 잊은채 나는 면접 내내 동네 언니에게 잠시 맡겨둔 나의 로카를 생각했다. 진심으로 일하고 싶었고 진심으로 일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로카는 아기에서 어린이로 이제 사춘기로 들어섰다. 이제 나도 삶의 경험치들을 한 땀 한 땀 꿰어 두 번째 챕터를 생각하고 있다.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신할 앞으로의 세상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브랜드를 생각하고 있다. 트렌드나 화제성을 비켜가는 미련한 선택들은 계속될 것이다. 내가 주목하던 기혼 여성들은 모두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 중이다. 물론 더 깊어졌고 더 아름다워졌다.


세상 모든 결혼한 여성의 두 번째 챕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12850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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