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골에서 살아간다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여름 소식.
사실, 집 공사 이야기 연재를 마치고 딱히 브런치 '오래된 집에 머물다'매거진에 연재할 것이 없으니.. 이대로 마무리를 지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흙화덕 만들기' 편에 달린 덧글 하나가 유독 마음에 동동 띄워졌습니다. 제 글을 볼 때면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힐링하는 기분이었다는 고3 수험생의 덧글이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제주. 시골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그야말로 '오래된 집에 머무는' 내용을 적을 거예요. 시골, 삶의 내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사진과 글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을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하는 마음에 말이에요. (덧글을 남겼던 그 학생이 가끔씩 이 글들을 보고, 힘을 내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별거 아니지만 작은 응원이 되고 싶네요. 그리고 시험 잘 마치고, 이 곳으로 편한 마음으로 푹 쉬러 와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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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어서요. 지구가 무너지면 우리 또한 살아갈 곳이 없어지잖아요. 요즘 J는 Permaculture Design에 푹 빠져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한 삶의 일환으로 집에서 직접 퇴비를 만들어 사용해보기로 했어요. 밖에 나가 낙엽을 잔뜩 모아 오고, 제재소에 가서 톱밥도 구해왔습니다.
J의 설명으로는 커다란 통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구멍을 숭숭 뚫어주고, 음식물 쓰레기(불, 기름으로 요리하지 않은 것들..)를 잘게 잘라 넣고, 낙엽과 풀 톱밥, 물을 적당히 넣고 고루 섞어주면 발효가 되어 3~4개월이 지나 훌륭한 퇴비가 된다고 합니다. 퇴비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Green(야채. 과일. 풀)과 brown(낙엽. 톱밥. 볏짚)의 비율도 있다고 들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여기에 흙, 기존에 가지고 있는 퇴비. EM 발효액을 조금 넣어주면 퇴비 발효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집에서 먹는 식재료가 모두 유기농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처음 만들어지는 퇴비도 유기농 퇴비라고 하기 힘들겠죠.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로 작은 텃밭을 가꿔서 거기서 나온 것들을 먹고, 다시 퇴비로 만들고.. 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양질의 퇴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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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렸던 흙화덕에 얼마 전 놀러 온 지인들과 함께 채식피자를 구워 먹었습니다..! 과연 야채만 올라간 피자가 맛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아.. 또 먹고 싶네요. (사실 7월 1일에 '그린그린 하우스 파티 : Vegan dining in Jeju'를 집에서 하는데.. 아직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네요. 혹시 관심잆으신 분은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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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후덥지근 해지고, 바람도 또똣해지고, 송골송골 물기 맺힌 공기가 여름이 왔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여름 맞이 집단장을 간단히 해봤어요. 대정 오일장에서 커다란 멍석을 하나 사와 거실에 깔았습니다. 겨우내 따뜻하게 거실을 지켜준 카페트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멍석을 하나 깔아 놓으니 느낌이 이렇게도 다르네요. 따뜻하고 아늑했던 느낌보다는 이젠 시원하고,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시원시원한 멍석의 느낌도, 폭신폭신함도, 옅게 나는 짚의 냄새도 참 좋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거실의 천정 선풍기를 돌려야겠지요. 저희 집에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 생각해봐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실의 앞 뒤로 문을 내어서 문을 활짝 열어두면 공기가 통해서 참 시원해요. 여기에 천정 선풍기까지 돌려놓으면 정말 꿀맛입니다. 비록.. 한 여름 더위에 다들 불편해할 것 같아서 여름방학기간을 갖기로 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한 여름밤에 거실 문 활짝 열어두고, 선풍기 켜고, 손님들이랑 거실에 조르륵 누워서 수박도 먹고, 도란도란 수다 떨다가 잠들고 싶네요.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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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 버려진 라탄 진열대를 주워왔어요. 깨끗이 닦고 망가진 부분을 손질한 뒤, 뒷마당 작은 텃밭 구석진 곳에 살짝 가져다 놓으니 딱 거기가 네 자리구나! 싶습니다. 작은 화분들도 올려두고, 다육이 세트도 올려두니 작은 비밀 정원을 가진 기분입니다.
안채 흙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가 생김새도 색감도 너무 예뻐 올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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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작고, 낮은 오래된 집. '게스트하우스 활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