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08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막연하게 더 나이가 들면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작년에 언젠가부터 매일 뒷마당에 고양이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면서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나는 집 없이 떠도는 동물들을 보면 어릴 때 길에서 지내야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길고양이들을 자주 돌봐주곤 했지만, 형편상 실제로 입양해서 키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매일 뒷마당에 나타나는 고양이 덕분에 우리 가족은 고양이에게 간택 받는 것인가 하고 들떠 있었다. 하지만 맛있는 간식과 캣타워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렸는데 고양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를 기다리며 시무룩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유기묘 보호소를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그냥 보러만 갔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애교가 넘치는 고양이들을 보니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보호소를 몇 번씩 왕복하며 고양이들을 보러 다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집에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살게 되었다.
고양이들과 함께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고양이들과 가족이 된 후, 내 인생은 좋은 방향으로 또 한 번 크게 변했다. 아이들도 훨씬 행복해하고 있어서, 우리 가족과 인연이 되어준 고양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사랑을 주고받을 가족이 없어서 세상을 떠나려 했던 내가 살다 보니 세 아이와 세 고양이가 함께하는 대가족을 갖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을 이루었다. 인생은 정말 살아볼 의미가 있다.
작년까지 우울증이 심해서 1년 넘게 약도 먹고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집에 온 후 어느새 약을 끊게 되었고, 평온한 행복이 마음에 가득해졌다. 내가 우울해서 하루 종일 자고 있으면 걱정하는 눈빛으로 다가와 ‘야옹’ 하면서 나를 깨우는 고양이들 덕분에 웃으면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작은 몸이 얼마나 따뜻한지 정말 마음이 녹고 사랑이 샘솟는다. 이렇게 예쁜 고양이들이 나와 같은 고아라는 생각이 들면 너무 애틋하면서 마음이 저려오기도 한다. 우리 집에 와서 정말 다행이고, 정말 고맙다.
삼남매와 아기 고양이 세 마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나는 모든 순간이 그저 감사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