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07
나는 스물다섯 살에 엄마가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진짜 가족이 없었던 나는 핏줄의 느낌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부모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못하는 삶이라는 생각에 나는 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어색한 마음으로 살았다. 솔직히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삶이 의미가 없어서 별로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죽지 못해서 그냥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첫아기인 아들을 만나는 순간, 나는 드디어 땅에 온전히 발을 딛고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난 순간, 나도 진정한 지구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나는 두 딸을 더 낳고 삼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세 아이를 낳을 때, 나는 신기하게도 진통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어릴 때 너무 폭력을 많이 당해서 웬만한 통증에 둔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진통을 못 느끼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자궁이 5cm 넘게 열리도록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했다. 임신 기간에도 많은 위험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세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고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극심한 통증도 견뎌와서 고통의 역치가 높아서인지 육아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나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나는 자기소개를 할 일이 생기면 언제나 “안녕하세요. 삼남매의 엄마입니다.”로 시작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엄마가 된 것이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는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랑을 준다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지, 좋은 엄마를 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 없는 내가 갖고 싶다고 상상했던 엄마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엄마는 되었다고 자부한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들이 내 인생에 와주었다.
나에게는 최고의 축복이다.
엄마가 없어 매일 아프게 울어야 했던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