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06
내가 어른이 되어 그들의 학대에서 벗어난 후 가장 처음 한 일은 머리를 기르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거의 매일 그 여자가 내 머리채를 잡고 온 집안을 끌고 다녔기 때문에 나는 이마 위쪽에 머리가 다 뽑혀서 휑하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미용사분들이 놀라서 물어볼 정도로 눈에 띄는 탈모이다. 그 여자한테 머리채 잡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나는 어릴 때 짧은 머리를 유지했다.
그들에게서 벗어난 후로 40대 후반인 지금까지 나는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기분 전환으로 단발로 자를 때도 있지만, 주로 긴 파마머리를 유지한다. 긴 머리는 내가 그들의 학대로부터 안전해졌다는 상징이다. 아무도 머리채를 잡고 나를 끌고 다니지 않는 평범해진 일상이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에겐 평생 상상도 할 필요 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학대당한 덕분에 이렇게 일상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이어진 우울증과 무기력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아직 어렵다. 학대에서 벗어났다고 내 인생이 갑자기 완벽하게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어른이 되어도 엄마가 없으면 삶이 힘들다. 부모라는 울타리가 있었다면 겪지 않을 수도 있었을 불행이 어른일 때도 여러 번 찾아왔다. 학대를 받고 자란 여자가 착한 남편과 시댁을 만나 사랑받고 살게 되는 해피엔딩도 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평생 엄마가 없다는 사실도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유튜브에서 모녀가 다정하게 함께 요리하는 채널이 뜨면 ‘관심 없음’을 누른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내 또래의 여자가 엄마와 함께 알콩달콩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살짝 마음이 상해서 시선을 돌리곤 한다.
나는 아주 가끔 지하철이나 길에서 자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함부로 대하는 부모를 보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부모에게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엄연히 범죄인 아동학대라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를 계속 그렇게 대하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부모들의 공통점은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고 아이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나에게 무슨 상관이냐고 화를 내면서 싸우려고 든다는 것이다. 그런 인간들을 만나고 나면 며칠 동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어떤 악몽에 시달리든, 어떤 싸움을 하게 되든 나는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감사하게도 이제 나는 대체로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어린 시절이 도둑맞은 것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태어나보니 지옥이었던 것을 불평하기보다 내가 겪은 아픔만큼 내 영혼의 그릇이 더 깊고 넓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단단하고 성숙해진 만큼, 공감의 폭이 넓고, 인생의 경험이 많아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분위기를 갖게 되었으니 감사하기로 했다.
나는 성공한 어른의 기준을 열두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자랑스러워할 것인지에 둔다. 내 기준에 따르면 나는 성공한 어른이다. 분명 아직도 슬픔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정서적으로 미숙하고 불완전한 부분도 많지만, 모든 것에 감사하며, 밝고 긍정적인 천성대로 살고 있는 선량한 어른으로 성장한 내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