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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Nov 24. 2023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

나의 구원자

시작이다.

꼰대 본부장의 앞뒤 안 맞는 지적질.

아니 왜 저렇게 하라는 거지?

시안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외주업체와 몇 날 며칠 고민하고 수정한 내용이다.

난 야근하며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

한마디 꺼냈다가 무시만 당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고작 사원일 뿐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끝나고 꼰대들이 퇴장했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글썽였다

고개 숙인 나를 대리님과 과장님이 토닥였다.




직장에 다니는 일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맞지 않는 동료가 있으면 더욱 그랬다. 5년 이상을 다닌 직장이 없다.

첫 직장은 학업을 핑계로 그만뒀다.

두 번째엔 이직을 했다.

지긋지긋한 고향을 벗어나 서울까지 오게 해 준 세 번째 직장.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금융권이라는 매력적인 직장이지만 잠시나마 벗어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형광등이 켜졌다.

퇴근 후 동네를 산책하며 남편에게 얘기했다.

"우리... 아이 가질까?"




그날도 나와 과장님은 야근 중이었다.

금요일 밤.

오늘도 우린 지하철이 끊길 때까지 일하고 택시를 탈 참이었다.
"과장님, 저 요즘 컨디션이 별로인가 봐요. 생리가 불규칙해요."
"나도 그래. 안 한 지 얼마나 됐어?"
"음.. 5주? 정도 된 거 같아요."
"테스트 한 번 해봐. 혹시 모르잖아."
늦은 밤 임신 테스트.

두 줄이 떴다.

남편은 밤중에 난데없이 푸시업을 해대며 긴장했다.


토요일 아침.

산부인과에 갔다.

까맣고 하얀 초음파 화면 속에 아기집이 보였다.

임신이다.

나를 지긋지긋한 꼰대 본부장으로부터 구원해 줄 이벤트.

소원이 이루어졌다.

곧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마음먹자마자 찾아온 나의 구원자. 

천사의 구원에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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