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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Nov 27. 2023

내 아이가 자폐스펙트럼?

엄마, 하위 1프로예요

아이는 열심히 먹고 열심히 자랐다.


17개월,

넘어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서너 발자국씩 걸음마를 해가며

걷기 연습하는 아이를 보곤

존경심마저 생겼다.

아이도 저렇게 자기 생을 열심히 살아내는데,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27개월,

딸아이는 밖에서 내 손을 잡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계속 타겠다고 칭얼댔고,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좋아했다.

찻길로,

내리막길로,

풀숲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붙잡다 지쳐 외출이 어려웠다.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넌지시 얘기했다.

혹시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닐까.


내 아이가?

내가 이렇게 애써 키우는 중인 내 아이가?

나의 세상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아이를 잘못 키웠다고 탓하는 것만 같았다.

며칠이 지나서야 속상한 마음이 진정됐다.




생활연령 28개월,

종합발달 수준 10개월,

자폐스펙트럼 범주는 아닌 것으로 사료됨.

"조금 늦는  괜찮지 않나요."

아이의 첫 발달 검사지를 들고 찾은 A 병원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말이 느린 아이,

행동이 느린 아이는

어느 시절에나 있었다.

가까운 조카도 다섯 살까지 '아' 한마디 밖에 못했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잘 자란다고 했다.

"엄마, 하위 1%에요.

내일 당장 어린이집 보내서 또래 모방하게 하고,

주 2회씩 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시작해야 해요."

아이가 태어난 A 병원의 소아신경정신과 K 교수가 말했다.

지금 당장 발달 개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고

소아신경정신과를 찾아가기까지도 힘들었지만,

내 아이가 괜찮지 않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대한 종양만 아니라면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육아는

또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났다.

'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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