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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Nov 27. 2023

엄마라서 해야 하는 일들

무엇이든 해보기

내 아이가 괜찮지 않다는 의사의 진단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내 잘못인가 싶어 자책했다.

발달 지연은 하루아침에 고쳐질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놀이치료를 시작하면서 부모 교육을 받고,

집단상담과 개인 상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의 분노발작에 분노로 대응하는 나를 바꾸고자 신경정신과도 찾았다.




네 살이 된 아이는 어린이집 장애통합반에 입소했다.

혼자만 놀던 아이는 친구들에게 조금씩 다가갔고

반향어와 말 더듬도 점점 줄었다.

매달, 매주, 매일.

아이의 성장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센터 수업에 받은 피드백은 늘 선생님과 공유해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일관된 보육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1년 만에 다시 발달검사를 받았다.

아이는 생활연령과 발달 수준이 4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언어 수준이 많이 향상됐지만,

감정 조절과 외부 자극 수용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았다.




다섯 살에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아이와

감정을 조절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A 병원의 신경정신과 부모 교육,

집단상담과 개인 상담을 통해

엄마인 내가 가장 크게 변화했던 시기다.


아이가 또래와 상호작용하는 것과

어른인 내가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와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읽어주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먼저 알고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나는 아이를 통해

타인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여섯 살이 되자 초등학교 입학이 걱정이었다.

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 인지치료, 미술, 태권도, 발레, 피아노, 수영, 독서, 학교준비프로그램...

평균에 닿기 위해 무엇이든 배우며 아이는 여러 선생님을 만났다.

처음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칭얼거렸지만,

어느새 선생님 말을 듣고 잘 따라 하기 시작했다.

싫어도 꼭 배워야 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듯이.


걸음마를 연습하던 17개월 그때처럼

아이는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그 모습이 존경스러울 만큼.

아이와 나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기꺼이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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