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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Nov 24. 2023

쌍둥이를 임신한다는 것

고위험 산모

아기집과 함께 임신을 확인했다.

다음 진료에 심장 소리를 기로 했다.

일주일 뒤 찾아간 병원.

우리는 태아의 심장소리와 또 다른 아기집을 발견했다. 아기집이 두 개라니.

쌍둥이?

간혹 이런 경우가 있지만 나중에 생긴 아기집은 도태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

발견했을 땐 확정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두 개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렇게 쌍둥이 임산부가 되었다.




쌍둥이라니.

유전에 없는 쌍둥이였다.

시청률이 높은 텔레비전의 어느 육아 프로그램에서 쌍둥이 아이들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다.

티브이 속 쌍둥이의 열렬한 팬이었던 친정엄마는 쌍둥이 임신 소식을 듣자 가장 기뻐했다.




20주 태아 정밀검사.

한 태아에게 2.2cm 크기의 혹이 발견됐다.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했다.

뾰족한 수는 없었다.

정기적인 초음파로 아이가 무사한지 관찰하는 게 의료진과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두 배, 세 배로 커지던 종양은 26주에 태아 복수를 불러왔다.

"복수가 찬 상태로 두면, 태아는 사망합니다.

나머지 태아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이 경우 사망한 태아만 꺼낼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겠네요.

다른 병원을 원하시면 의뢰서를 써드리겠습니다.

태아 복수 전문의로 A 병원에 O 교수님이 있긴 합니다."

태아가 곧 죽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

초음파 화면처럼 머릿속이 까매졌다.

의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멍하니 병원 로비에 앉아 친정에 전화했다.

엄마는 내게 가만있지 말고 어서 무엇이든 하라고 말했다.

엄마의 말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A 병원을 검색하니 태아치료센터가 있었다.

의사가 말했던 교수는 해외 학회로 출장 중이었다.

아이 상태를 들은 의사는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진료 가능한 시간이 생기는 대로 연락받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만삭처럼 커진 배를 쓰다듬으며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27주, 다행히도 A 병원 태아치료센터에 자리가 생겼다.

아침 일찍 정밀초음파로 아이를 보던 O 교수는 바로 시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3차 병원.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렇게 3차 병원 진료 첫날, 시술이 시작됐다.

의사는 태아의 배에 작은 빨대를 끼우는 션트 시술로 복수를 제거하고 양수감압술로 불어난 양수를 뺐다.

20주인데도 만삭처럼 배가 컸던 건, 쌍둥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종양을 안은 태아가 양수를 제대로 삼키지 못해서였다.


태아 복수는 무사히 제거됐다.

태아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 더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커지기만 하는 종양 탓에 양수가 계속 늘었다.

30주.

두 번째 양수감압술을 받았다.

종양만 아니라면 다른 곳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 시술 후, 병원생활이 계속됐다.

"선생님, 저 언제 퇴원할 수 있어요?"

"낳고 가야지. 34주, 자가호흡 할 수 있을 때까지 잘 키워봅시다."


쌍둥이를 임신하고 무사히 자연분만 할 것으로만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고위험 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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