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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nthia Dec 19. 2018

나의 뉴욕 여행기-1

세계의 심장으로 빨려들어가는 매직

현대 사회에서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제, 문화, 광고, 음악, 교육, 교통...그 어떤 분야에서도 뉴욕에서 이루어지는, 뉴욕인들의 성취를 빼놓고 논할 수 있는 분야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 따로 연고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에 가려면 따로 시간을 내어 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쉽지 않았지만 11월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딱히 고려하고 끊은 것은 아니지만 방문한 시기가 마침 추수감사절 시즌이라 좀 더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서양의 대표적 명절은 누가 뭐래도 크리스마스! 사실 전세계 인들이 즐기는 명절이긴 하지만,

동양권에서는 추수감사절은 잘 기념하지 않는다(교회 제외). 그래서 이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을 어떻게 기념하고 즐기는지도 지켜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11월 쌀쌀(함을 넘어 혹한에 가까운)한 날씨에서 뉴욕을 맘껏 즐기고 느끼고 온 소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직항으로 비행시간만 14시간, 이코노미는 너무 피곤하고 몸이 쑤시는 시간이다. 그냥 자리에 붙박이 되어서 자는 거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돈 많이 벌어서 퍼스트 타고싶어...


도착한 날에는 숙소 도착 후 잠만 자서 사진이 없ㄷ...


둘째날부터 이제 슬슬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뉴욕에 와 있다는 실감이 잘 안났다.

링컨센터에서 오페라 표를 끊어서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멋진 건물과 구도를 발견해서 사진을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내가 찍으면 평범함이 되는 매직

여기 근처에 스트로베리 필즈라고 바닥에 이매진 써있고 거리 음악가가 비틀즈 음악 연주하고 사람들이 사진찍고 난리 났던 곳. 비틀즈 팬들의 성지였다. 평화와 사랑의 메세지를 전하셨구나...하고 관심이 없어서 그런갑다 하고 패쓰. (그런데 알고보니 이 날이 흐려서 사람들이 많이 없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럼 사람 많은날에는 얼마나 많다는 거지)

이틀 전 눈이 와서 눈이 쌓여있는 모습. 서울보다 좀더 쌀쌀한 뉴욕이지만 올해 첫 눈이 좀 일찍 온 편이라고는 한다.

하늘은 쟂빛이고 그닥 날씨가 좋진 않았따...이날 기온이 섭씨로 영상 4도 정도였는데 뉴욕 자체가 바다에 가까워서 그런가 바람이 더 차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추운날 반팔반바지 입고 마라톤대회 하고 있었음. 대단한 미국사람들.....이정도 날씨에 칼바람을 맞으며 반팔반바지로 강인하게 달려줘야 뉴욕커가 될 자격이 생기는 건가. 넓디넓은 센트럴파크의 규모에 놀라고 마라톤대회에 두번 놀라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날은 오후 1시 토스카를 보고 그냥저냥 놀다가 잔듯. 사진이 없다. 오페라 보고 나서 대체 뭘한 걸까...??


일요일부터는 좀 부지런히 다녔다. 시차적응을 1도 못했으므로 새벽 2시에 깨고 4시에 깨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지..?!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침대에 누워만 있고...
 

몇백만원 들여서 지구반대편까지 왔는데 이틀을 비몽사몽해있으니 마치 누워서 자러 뉴욕 왔나 싶고,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첫 코스로 '하이라인'을 방문했다. 34가 스트리트 역에서 내려서 길을 따라 쭉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건물도
멋진 허드슨강의 전경도
이렇게 특이한 구조물도
이런 오래된 건물도

따라서 걷다가 걷다가 걷다보면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고가도로를 걸을 수 있다.

완주에는 도보로 약 30분~1시간가량 소요된다. 걸음 속도나 얼마나 자주 멈춰서는지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엄청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님.

길 옆에 건물이 너무 가까워서 남에 집을 훔쳐다보는 느낌이 들 때도 있음...ㄷㄷ

(그래서 좀 미안했는데 나같은 관광객들 많이 와서 집값 엄청 올랐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을 덜기로 했다)

여기 근데 함부르크랑 느낌 비슷함 건물색하고 배치같은것들
아이런 우드 랜드
이거 진짜 함부르크랑 존똑,,,
힙합퍼 같음
걷다가 아무 생각 없이 옆을 보면 예전 철길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소실점이 잘 드러나있는 멋진 구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잇는 존이 있다.
이 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표현하는 소망을 담아 제작한 벽화인가

재밌는 포인트가, 이렇게 집의 한벽면을 캔버스처럼 예술혼을 담아내는 소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 하에 행해진 행위들일 것이다. 이 벽면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그림들도 그리지 않을 것이다. 누가 생각했는진 모르겠지만 옛 철길을 따라 고가도로를 만들면 지상과는 다른 뷰, 흥미로운 뷰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실제로 구현된 하이라인은 흥미진진한 풍경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끌만한 공간으로 탄생하였고, 그 공간과 주변이 어우러져 다양한 예술적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하이라인과 주변의 풍광이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리듬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첼시마켓과 매그놀리아푸딩, 프렌즈 하우스를 갔지만 사진은 없고 프렌즈는 안봐서 잘 모르겠다.

첼시마켓은 맛있는게 많아 보였는데 랍스터 가게에 사람 엄청 많고

향신료가게가 있었는데 뭔가 한국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특이한 향의 향신료들을 많이 팔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살리면서도 다양한 가게들을 배치한 센스가 돋보였다. 호그와트 기차역이 실존한다면 이런 느낌일듯 하다. 안에 서점도 있었는데 흥미로운 제품들과 책들 그리고 신년 달력들을 팔고 있었지만 사진이 없어서 아쉽...

그다음은 워싱턴 스퀘어 공원.

영화의 한 장면으로 나온 기억이 나서 한참 앉아있다가 갔다. 분수 우측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거리 음악가가 있었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고 그림 그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전시와 본인 인스타 계정 홍보를 겸하고 있었음. 역시 예술혼의 도시 답다.

그리고 로어맨허튼을 따라 쭉 걸으면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나온다.

원 월드트레이드 센터까지 걸어왔다. 이말인 즉슨 9.11 사태의 현장에 와 있다는 의미이다.

어딜가든 사람많고 활력넘치는 뉴욕이지만, 아주 최근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사람들이 웃지도 떠들지도 않는다. 엄숙한 자세로 비극의 현장에서 뉴욕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는 곳이다.

이 거대한 폭포는, 쌍둥이 트레이드 빌딩의 자리에 만들어진 추모 공간이다. 사고현장 위에 건물을 세우지 말아달라는 유가족의 바람을 따라 조성된 공간이라고 한다.

이게 사진으로만 보면 잘 실감이 안나는데...건너편을 자세히 보면 사람이 점처럼 나온다. 무역센터였던 만큼 꽤 큰 규모를 자랑하던 건물이었을 것이고, 100층이 넘는 건물에서 파괴된 잔해들로 인해 엄청난 일들이 발생했을 것이다. 당시 초6이었고 일요일밤 가족들과 자기 전에 티비를 보다가 속보로 뉴스를 접했던 기억이 나조차 생생할 정도니....당시 뉴욕시민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큰 슬픔과 먹먹함이 밀려왔다. 이 넓은 공간에서 그 누구도 크게 소리를 내지 않고 하염없이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와, 이 폭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사고 당사자들의 이름을 보다 보면, 아무리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가온 여행자라도 그들의 슬픔과 비극에 마음을 맞추게 될 수 밖에 없다. 폭포의 소리는 큰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깊이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의 깊이와 먹먹함처럼 느껴진다. 다른 감각들을 모두 차단시켜버릴만큼 거대한 소리와 공간, 큰 아픔의 기억을 거대한 규모의 조성물로 표현한듯 하다. 저 깊이만큼 저 소리만큼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뉴욕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9.11 메모리얼 뮤지엄이 있었는데 줄이 길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부에 당시의 기록들을 굉장히 꼼꼼하게 남겨놓았다고 하는데 시간을 내어서라도 가보았어야 하나. 웬만한 뉴욕 뮤지엄들은 줄이 어마무시하므로 티켓 대행사를 통해 빅애플 패스를 구매하여 입장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 않고선 줄 기다리다가 시간이 다 갈듯.

아무튼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속 맨하탄의 아래로 이동하였다.


여긴 트리니티 성당이라는 유서깊은 건물인데 역광이어서 하나도 안보인다.

그리고 너무 추워서 손을 꺼내기가 싫어져서 사진으로 남아있진 않은데, 암스테르담과 마찬가지로 뉴욕에도 24/7무료 페리를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공원에서 스테이턴 섬까지 이동하는 페리인데, 30분정도 소요된다. (타이밍 잘 맞추면 왕복 1시간 컷 가능하다). 무료인만큼, 당연히도 사람이 많다.

방법은 그냥 페리 선착장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 된다. 이걸 왜 타냐면..

아주 콩알만하게 보이는 스태츄 오브 리버티

뉴욕의 머스트 비짓 스팟인 스태츄 오브 리버티를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모로 여유가 없는 여행자로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타이타닉 마지막쯤 에서 로즈 님이 저 동상을 보면서 감격에 겨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인도 잃고 홀홀단신으로 미국땅에 건너왔지만, 저 동상을 보며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던 약혼자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감격에 겨워한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저 동상이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희망과 꿈이 되어주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바닷바람을 맞이했다.

좀 더 줌을 땡겨서 보면 이 정도...표정이나 디테일은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그리고 무료 페리 팁이라면, 스테이턴 갈때는 오른쪽 올 때는 왼쪽으로 타면 된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몰리므로 적당히 눈치껏 자리를 잘 잡아서 구경 및 촬영하면 된다.

그런데 왜 굳이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번역했는지 잘 모르겠다. 가디스<<이런 용어 쓴 것도 아닌데. 그냥 자유의 동상, 자유상 뭐 이런거로 하면 안되나??원어에서 여신이라는 워딩을 쓴것도 아닌데 여신이라고 한 건 왜죠...자유를 상징하는 분이시지 성적 대상화 측면이 너무 강조된 듯. 스태츄 오브 리버티가 딱 깔끔하고 좋은 듯. 저냥반이 여신인지 신인지 그냥 사람인지 알게 뭐람...그냥 자유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여신이 되는 매직. 대영박물관<<과 비슷한 느낌으로 오버 번역의 대표적인 예. 누가 하셨어요?


다행히 페리 시간이 잘 맞아서 1시간 컷으로 다시 맨하탄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페리에서 내릴 때 쯤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는데 그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야경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니...대단한 뉴욕

저 멀리 보이는 맨하탄 교

그리고 딱히 갈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급 땡겨서 덤보를 갔다. 사실 가는 길을 몰라서...그냥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가장 가까워 보이는 곳으로 내렸는데,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길래 본능적으로 그 분들을 따라갔다. 그러자 저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뉴욕에서 뵌 귀인분들 감사합니다.

와 근데 이 사진 사이즈 진짜 크다. 저 멀리 엠파이어를 중간에 넣은 뷰에서 찰칵!

역시 사람이 많았고 다들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무척 추웠다..................

부디 인생샷들을 건지셨길 바랍니다...


여기서부터는 멀쩡한 사진이 없고 죄다 흔들렸기 때문에 눈이 약간 아플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그 다리를 직접 건널 수 있다. 여기서도 길을 몰라서 어떤 한국인 무리(가족같았음)를 따라갔는데 다리를 건너는 곳이 나왔음. 원래는 암것도 모르고 지하철을 타려고 했는데 그분들께 감사를...

일본에서도 그랬고 뉴욕에서도 느꼈던 건데 아무리 외국이라고 해도 한국말로 너무 막말을 하면 안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행은 혼자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참고로 몇년 전에 동생이랑 독일 본 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동생이 여기 한국어과 있으니까 이상한 말 하지 말라고 했다(네...)

저 멀리 보이는 스태츄 오브 리버티를 찍고 싶었는데 그냥 빛샷이 되었다. 나름 만족
말이 안나옴. 근데 초점이 1도 안맞네. 연출된 거라고 우기고 싶다.
정신 차리고 다시 찍어본 장면. 실제로 보면 너무너무 멋있어서 가슴이 마구 벅차오름. 저 옆에 건물은 남산터널 지나서 한남동 고가로 쪽에서 보는 비싼 건물들 느낌이 난다.
브루클린 철자 줄인 거 간지난다.
이거 실제로 보면 아무말도 못하고 소리만 지름
어메이징 뷰&쇼킹 뷰.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막 날아오를것만 같음
다시 맨하탄으로 왔습니다.

마치 거대한 심장으로 빨려들어가는 헤모글로빈 내지는 적혈구가 된 느낌이었다. 저 번짝이는 불빛들은 뉴욕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심장이다. 저 불빛들 안에 밤도 잊고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쩌면 이 커다란 심장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왜 뮤직비디오나 공상영화 같은 데 보면 차원의 문 같은 곳으로 쫙 빨려들어가는 장면? 마치 그런 장면처럼 마법처럼,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이 뉴욕이라는 거대한 심장으로 빨려들아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날 저녁은 아까 들렀던 매그놀리아 푸딩 가게 두블럭 정도 떨어진 White Horse라는 펍에서 민박집 사장님과 함께 먹었는데 뉴욕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펍이랬나? 암튼 오래된 곳이라고 했다. 얘내들도 니가 먼저네 내가 먼저네 하고 타이틀 파이트를 한다고 한다. 뉴욕커들도 원조를 따진다는 사실이 너무 웃음이...인간은 다 똑같군요.

그리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장님 추천 햄버거랑 고기가 들어있는 뭔가를 시켰는데 재미있는 음식이 나왔다.(아 사진찍어놓을걸..)

빵에 편육같은 게 끼워져 있고 갈비탕 국물같은 육수에 찍어먹는 건데 맛이 딱 갈비탕 느낌이었다. 빵에 갈비탕 찍어먹는 느낌,,,근데 은근 얼큰하고 따스하고 좋았음.


이렇게 3일치(놀랍게도 이게 3일치) 스토리까지 마무리 하고 2편으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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