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별들이 나를 향해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넬 때.
그럼 오늘은 6일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때부터는 급격한 체력 소모로 사진이 많지 않다.
여행의 시작은 시차적응으로, 뒤는 체력소모,,,^^눈물뿐..
11월 21일부터 뉴욕은 축제분위기로 들썩거렸다. 바로 땡스기빙 연휴의 시작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르고 비행기를 끊은 거지만, 외국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것 또한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베네치아에서의 신년맞이, 로마에서의 성령강림일(은 별로 즐거운 기억이 아니었네. 버스 20분 기다리다가 결국 걸어가고.....버스 파업하는줄) 등등.
이 날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뉴욕 필하모닉으로 향했다.
이 날 저녁에 뉴욕 필하모닉 공연이 있는데, 오전 시간대에 리허설을 하면서 그걸 볼 수 있게 공개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22불. Case에 따라 무료인 날도 있음)
그렇지만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뉴욕 필하모닉의 퍼포먼스+ 세계적 필하모니의 생생한 연습의 현장을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저기 중앙에 앉아계시는 분이 오늘의 지휘자 에마뉘엘레 헤임. 프랑스 출신의 바로크 시대 전문 음악 연주가이신데 이날이 이 지휘자 선생님의 뉴욕 필하모니 데뷔일이었던것! 와우 날짜 한 번 잘 맞췄다.
헨델의 <수상곡>과 장필리프 라모라는 음악가의 <달다누스>라는 오페라 선곡이 이날의 레퍼토리. 뉴욕필 내부 디자인이 너무 좋고 음향도 정말 최고였다. 내부가 목조로 되어있어서 소리가 정말 공향이 풍부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리허설인데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연주에 정말 놀랐다. 리허설이어서 오히려 좋았던 점은,
1. 연주자들이 불편한 옷 안 입고 그냥 자기 편한 옷 입고 있어서(이건 어느 공연을 가도 느끼는 건데 특히 여성 연주자들, 화장/헤어 빡세게 하고 서는데 정말 몇시부터 나와서 저렇게 했을끼 싶고, 보기만해도 간지러울거 같은 드레스 입고 있는거 너무...맘아프고 그런 세팅에서도 최고의 퍼포를 내다니 정말 존경심밖에 안든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가도 일종의 테크니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보이는 것보다 움직임과 퍼포에 최적화된 외관을 갖출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2. 연주하고 코멘트하고 그들이 서로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더욱 잘 볼 수 있어서(특히 작곡가 선생님이 타악기 연주자나 구석에 있는 연주자들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음. 바이올린이나 관악기같은 메인악기 외에도, 소리를 잘 만들어내려면 뒤쪽에 안보이는 사람까지 잘 살펴야 하는게 어려울 것 같은데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지휘자 선생님도 연주자들의 음악을 귀기울여 듣고 하나하나 코멘트 하시는 모습, 연주자들끼리도 소리의 합을 맞춰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실제 공연 이상의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연주 중에는 영상이나 사진이 안되어서 기록에는 없지만(남의 연습시간 들어간건데 방해하면 민폐...), 알토리코더 솔리스트 냥반이 있었는데 소리가 정말 아름답고 고왔다. 집에 알토 리코더 있어서 그걸로 가끔 타이타닉 OST 연주하는데 알토리코더가 이렇게 고운 소리가 나는지 몰랐습니다....섬세한 터치와 균일한 호흡,,,역시 음악가는 고도의 테크니션이다..
그리고 지휘자 선생님이 직접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진정으로 전문가 포스가 느껴졌다. 하프시코드 정말 좋아하는데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최고의 필하모닉 사운드로 하프시코드를 들으니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유명한 공연단의 클래식 연주를 들을 때면, 내가 지금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세계 최고의 것을 누리고 있구나, 누릴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사고 싶은 것을 전부 살 돈은 없다 해도, 이 아름다운 정제된 음악을 들으며 세계 최고의 것을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풍요로움에 감사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뉴욕에서 보았던 여러 공연들 중에서도 가장 뜻깊은 특별한 공연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이날 저녁 실전 공연도 보고싶었지만 같은 시간에 뮤지컬을 이미 예약해 두어서 아쉬웠다. 저녁 공연도 잘 마치고 최고의 데뷔 무대가 되셨길 바라며!
그리고 전날 예매해 두었던 <오페라의 유령>공연 표를 받기 위해 잠깐 마제스틱 극장에 들렀다. 처리 다 하고 밥먹고 나니 한 오후 2시쯤 되었다. 유엔 헤드쿼터 투어를 4시 45분으로 예매해 두었고, 도착을 1시간 전에 하라고 했으니 약 2시간 정도가 남았다. 시간이 애매해서 뉴욕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다음날이 추수감사절날이어서 메이시 백화점 앞에 사람이 무척 많았다. 메이시 백화점에서 개최하는 퍼레이드도 보고 싶었는데 날씨도 춥고 우드버리를 갈 생각을 하고 있어서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여러 가게들을 둘러보며 명절 전날의 북적임, 그리고 할인을 함에도 비싼 가격(...)에 좌절하고 쇼핑을 다음날 우드버리를 기약하기로 했다.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께 전해 들었는데, 메이시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그날 350만명의 인파가 몰려왔다고 한다. 실로 얼마인지 가늠도 안되는 인파이다.)
그러다가 뉴욕 라이브러리가 휴일 전날이라 3시에 마감한다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들어가봤는데, 안갔으면 후회할뻔했다. 도서관이 예술 그 자체였다. 내부가 정말 웅장하고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것 같은 디자인...이었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공부 1도 안될듯...ㄷㄷㄷ
평일날 오면 여러 컨퍼런스같은 것도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이 날은 휴일 전이라 아무것도 없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공무원분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일찍 나왔다. 2층에는 뉴욕 도서관에 대한 소개섹션이 있었는데 1895년 설립되어 현재는 약 88개의 분점과 5개 정도의 연구기관을 가진, 뉴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아주 멋진 지식공동체로 성장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나가던 관광객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물론 들어갈 때 짐검사를 하고 ID가 없으면 이용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여행자에게도 한켠을 넉넉하게 내줄 수 있는 여유로움과 따스한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유엔 헤드쿼터로 가려면 방법이 도보밖에 없다. 일부러 그런건진 몰라도 근처 대중교통이 정말 하나도 없음...그래서 쌩으로 30분을 걸어갔다. 구글맵 찍어봐도 지하철 한정거장 타고 가서 내리느니 차라리 걷는게 빠르다고 찍힐 정도였으니.
어린 시절 사회교과서에서 보던 유엔 뉴욕본부에 도착!
사실 갈까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그래도 뉴욕까지 와서 안 와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 어찌저찌 표를 끊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과 최근에는 유명 아이돌까지,,,총회 연설자의 기준이 뭔지 점점 모르겠지만 아무튼 국내 인사들도 방문했고, 바로 전임 총재가 한국출신, 그리고 현재 외교부장관님의 전 직장이기도 한 유엔 뉴욕본부이다.
입구에 경찰아저씨들이 있길래 방문증을 보여줬더니 월렐레레~하면서 건너편 비지터 센터를 들렀다 와야 한다고 해서 괜히 길 두번 건넘...거기서도 유머러스한 경찰 아저씨가 나보고 자꾸 일본인 같다고 해서 예쓰 라고 해야 하는데 하이 라고 해버림 아놔...그래도 추운 날씨에 나름 즐겁게 일하려 하시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왔다.
비지터 센터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사진을 찍으면 방문자 스티커를 끊어주는데 그걸 붙이고 다시 길을 건너서 공항탐색을 하고 나서 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투어시간까지 잠깐 내부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좀 돌아다녀봤는데 유엔에서는 영어 외에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있어서 곳곳에 프랑스어가 병기된 것, 직원들도 불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니 나도 불어를 배우고 싶어졌다.
내부 투어는 약 20명 정도의 그룹으로 가이드의 인솔을 받아 약 1시간 정도 진행되고, 보안이 중요한 곳이니만큼 사진이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고 허가된 구역에서, 가이드가 찍으라고 할때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국어 가이드는 내가 간 날 없었고 있어도 일주일 전에 마감된대서 그냥 영어로 들음,,,
유엔의 정신을 다룬 홀을 지나서 상호 신뢰의 방, 경제사회 위원회 챔버를 볼 수 있었다.
화질구지라서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그리고 다시 홀로 나가니 이렇게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작품들이..
유엔 소속 각 국가에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유엔 총회실. 총 200석이고 1년에 한번 제비뽑기를 해서 첫번째 자리에 앉을 국가를 정하고 그 뒤로는 국가명 알파벳 순으로 앉는다고 한다. 벽 디자인이 뭔가 모든 국가를 하나로 감싸려고 하는 모습 같다.
뭐...말도많고 탈도많은 기관이지만 어쨌든 인류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곳이라 한번쯤은 오고 싶었고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는 유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투어를 하고 엘베를 타고 입구가 있는 1층으로 이동을 하며 가이드와는 바이바이~를 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 야경이 진짜 멋있어서 감탄하면서 사진찍고 있었는데 경찰아저씨가 부르더니 문닫는다고 빨리 나가라고 해서 나감...
갈때와 마찬가지로 올때도 대중교통이 없어서 걸어서 그랑드센트럴까지 나와서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서이다. 휴일 전날이라 가족단위로도 많이 오기도 했고, 워낙 유명한 공연이라 그런지 전석이 꽉 찼다. 뮤지컬은 오페라와는 다르게 무대장치의 무브먼트가 엄청나고 화려해서 정말 신기했다. 메인 넘버 부를 때 정말 소름이 쫙...
그 다음날은 목요일이었고 땡스기빙 당일이었다. 우드버리 아울렛을 언제 갈까 하다가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새벽시간대는 비행기 시간도 그렇고 인파를 버텨낼 자신이 없어서 그냥 땡스기빙 아침에 후딱 다녀오기로 했다.
근데 앞쪽가게들에서 너무 오래 있다보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 뒤쪽가게들은 거의 보지도 못했다. 그냥 미리 갈 가게를 정해놓고 동선 다 짜놓고 후딱 들어가서 살거만 후딱 사고 나왔어야 했음. 나중에는 체력이 딸려서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캐리어는 들고갈까 말까 하다가 들고 갔는데 첨에는 좀 챙피했지만 내가 승자였다. 안들고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캐리어 끌고 쇼핑하느라 바빠서 사진은 1도 없다.
요약하자면
1. 지도로 미리 갈 브랜드를 골라놓고 동선 짜두기
2. 물건을 너무 꼼꼼히 보지 말고 한번 훑듯이 보고 맘에 드는 거 있으면 빠르게 계산하고 이동하기. 시간 및 체력안배의 중요성
3. 캐리어는 필템. 안들고가면 몇백불짜리 사야하니 그냥 맘편히 들고가자.
4. 한번 들어간 가게는 다시 안돌아 간다는 각오를 갖는다. 아니 사실상 못돌아간다고 하는게 편함. 구조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고 가게 간 거리가 멀어서 그렇게 할수가 없음.
그리고 민박집 사장님이 저녁에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시길래 오후 5시쯤 돌아갔더니, 칠면조구이랑 여러 맛있는 요리를 해 주셔서 넘나 감동!한인 가족 엄마와 딸이 와서 같이 맛있게 먹었다. 여기까지 와서 칠면조 요리 못먹어보나 했는데 사장님 덕택에 외국에서 명절을 명절답게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고기 둘레에 붉은 음식은 으깬 감자였는데 뭔 세상에 당근도 아니고 감자도 이런 종자가 있네...싶었다 그건데 저거 회사 급식에도 한번 나와서 이 때 기억나고 웃겼다.
탑오브더락 시간이 너무 늦게 걸려서(밤 10시...ㄷㄷ)밥먹고 한숨자다가 밤 9시에 나갔다. 침대에서 한발짝도 나가기 싫었지만 돈이 얼만데...하면서 결국 나갔다. 이날은 정말 땡스기빙이 아니라 성탄절로 착각할만큼 추웠고 여행의 모든 피로가 한방에 몰려와 정말 포기할까 마지막까지 생각했지만 모든 일정의 마지막이기도 했고, 돈아깝다는 생각하면서 겨우 나감.
그러나 그 모든 고생을 잊을만큼 엄청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안갔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듯.
사진이 죄다 흔들린 건 내가 너무 피곤하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렇습니다(라고 핑계를 대본다).
밤이 없는 도시 뉴욕...저 수많은 모든 불빛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저 모든 별들이 눈을 환히 뜨고 나를 바라보는듯, 인사를 보내는듯, 말을 건네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일주일간 만났던 당신의 뉴욕은 어땠나요?직접 발로, 눈으로 스쳐가며 만났던 뉴욕의 기억이 즐거움으로 남았나요?
당연히 '그렇다'고밖에 답을 할 수 없는 의문이다!
바다를 건너 온 사람들이 이 땅에 정착한 후로 400년간의 역사가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났을 도시. 그 세월을 지나며 골목 하나하나마다 쌓여있을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깊숙히 스며있을 아름다운 도시.
추운 날씨에 고생스럽기도 했으나 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기억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아니 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언젠간 꼭 다시 갈 것이다!
야경을 바라보다보니 일주일의 기억이 스치면서 감상적인 기분도 들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나도 건물을 하나 올려보고 싶다는 자본주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역시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인사이트는 감정적인 측면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는 길에 타임스퀘어 마지막으로 함 보자...이럼서 내려왔는데 땡스기빙이었지만 마치 성탄절같았던 날씨를 암시하는 듯 루돌프를 형상화한 광고가ㅋㅋㅋㅋㅋ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거리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웠고, 어디서든 그냥 사진을 막 찍어도 화보같았다. 명절을 맞아 사람으로 북적이는 활기찬 뉴욕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여행자가 가장 많은 도시이니만큼 역동적이고 볼거리들로 넘쳐나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정신없는 도시. 세계의 자본과 사람이 수없이 오고가는 도시. 거대하지만 무척 잘 구획되어 있는 도시. 기억들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뉴욕이라는 도시를 직접 만나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날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