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할 때 새로운 걸 시작하곤 한다. 기분 좋음이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의 걱정이나 두려움을 사그라들게 하는 거 같다. 그래서 그렇게 고민을 하지 않고 일단 시작을 할 수 있다.
살을 좀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이어트 식단을 시작했다.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손이 가는 데로 오트밀과 닭가슴살, 방울토마토를 샀다.
이렇게 시작한 나의 다이어트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내 몸무게는 54.8킬로로 돌아왔다.
나는 워낙 고무줄 몸무게라 살을 빼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고3 때도 교복치마를 덧대어 입을 만큼 쪘었고 아이 둘을 낳을 때마다 80킬로에 육박했다. 아무리 많이 쪄도 두세 달 정도 굶다시피 하면 20킬로 정도는 금방 빠졌고 유지하는 것도 저녁을 굶는 정도면 충분했다. 보통 저녁을 잘 안 먹다 보니 아침과 점심을 찌개나 짜장면처럼 자극적인 거로 양껏 먹었다. 오전에 쌀밥 같은걸 한 그릇 양껏 먹지 않으면 어지러웠다. 그러니까 내가 몸무게를 유지하는 방법은 하루에 한 두 끼를 아주 자극적이게 양껏 먹고 저녁을 굶는 식이었다.
식단을 시작하면서 몸이 건강해졌다. 단순히 그동안 해 오던 방법이 살이 빠지지 않아 시작한 것뿐이었는데 살이 빠질 뿐만 아니라 몸이 좋아졌다. 특히 아침 공복에 마시는 커피가 탈수를 일으키고 몸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걸 알고 아침 커피를 끊고 계란이나 오트밀등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었던 게 큰 변화를 주었다. 올해 들어 아침에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금방 허기를 느끼고 그마저도 먹지 않을 때는 어지럽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아침에 커피를 안 마셔도 금방 쌩쌩해졌고 한 그릇의 오트밀은 점심까지 포만감을 주었다.
식단과 함께 더 규칙적으로 하게 된 운동이 큰 도움이 됐지만 운동만으로는 이런 느낌을 받을 순 없다. 그만큼 먹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제까진 배가 부르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으로 살았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주려고 노력했지만 반찬배달도 많이 시켰고 냉동식품도 많이 사 먹었다. 내가 한 음식을 잘 먹는 것도 아닌데 매번 새롭게 요리하는 것도 필요 없다고 느꼈다. 잘 먹는 거 위주로 줘서 배 부르게 먹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요리가 재미없었다.
나는 스스로 긍정적이고 성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면 좋아하는 게 아니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요리는 너무너무 재미없는 집안일이었다. 가족을 먹이기는 해야 하니 음식을 하긴 하지만 고민하지 않고 기계적으로만 해서 능률적이지가 않았다. 능률이 없으면 더 재미가 없다. 악순환이다. 나의 이런 점을 시부모님도 알고 있으시다. 늘 예뻐라 하시니 내가 요리를 잘 못해도 타박한 적 한 번 없으셨다. 얼마 전에 우리 집에 오셨을 땐 요즘은 영양과잉 시대라면서 음식 하는 거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는 위로를 해주셨을 정도다. 이 말씀은 지금도 감동적이다.
이 정도로 요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 몸이 달라지고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 가족을 건강히 먹이고 싶어졌다. 저녁을 굶을 때 자주 보던 허니주부의 유튜브가 시작이었다. 예전엔 완성된 음식들을 구경하려고 봤다면 생각이 바뀌고 나선 요리하는 방법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이들 음식을 찾아봤고 알고리즘이 소개해주는 다른 요리 유투버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챙겨봤다. 그러다 보면 하나둘씩 내가 도전할 만한 음식들이 나왔다.
어찌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지 차분히 따라 하다 보면 내가 먹어도 맛있는 음식들이 뚝딱뚝딱 만들어졌다. 재밌었다. 주부가 된 지 7년이 넘었지만 이제야 음식이 재밌어졌다. 심지어 요즘엔 베이킹도 하고 있다. 재밌으면 열심히 하는 나답게 음식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실패할 때도 뭐든지 해봐야 는다는 마음으로 다른 레시피를 찾아본다. 남편 생일에 케이크도 만들고 손님을 초대해서 내가 한 음식도 대접했다. 남편 생일상에 올린 소갈비찜이 실패해서 남편이 아직도 갈비찜 빼곤 다 잘한다며 놀리고 그 갈비찜처럼 실패할까 봐 손님 오는 날 족발과 꿔바로우는 시켰어도 다른 음식들은 맛있었다. 진짜다.
오늘은 처음으로 돼지갈비를 했다. 고기를 사서 양념을 재서 저녁을 먹었다. 맛있다고 아이들이 엄지 척을 해주었고 남편과 나도 맛있게 먹었다. 엄청 쉽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쉬운데 왜 그동안 매번 사 먹었을까? 이제라도 음식의 중요성을 알아서 다행이고 유튜브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특히 허니주부님과 따뜻한 여사님, 백종원님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나를 알지는 못하시겠지만 늘 감사하다. 내가 마음이 바뀐 걸 아는지 유치원에서는 잘 먹어도 집에서는 계란밥만 먹던 둘째도 이것저것 꽤 잘 먹는다. 애들이 잘 먹으면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내가 한 음식을 더 잘 먹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아무 도움 없이도 요술처럼 휘리릭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부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