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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Mar 14. 2024

아기가 되고 싶어!

둘째야.. 너 배우해도 되겠어..

"유치원에서 치킨을 줬는데 너무 맛있었어 근데 5개밖에 안 줬어"

손가락 5개 한껏 벌리며 아쉬워하는 둘째의 모습에 살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둘째 더 달라는 말도 못 하고 얌전히 있었구나... 그래서 다음에는 더 달라고 하라고 당부를 했다.


하지만 곧이어 손가락 10개를 쫙 피면서 하는 둘째의 말에 아 내가 또 성급히 아기처럼 생각했구나 싶었다.

"다 먹었쪄요~ 더 주세요~ 했더니 5개 더 줬어!!!" 그래서 이~만큼 먹었어!!


아니 그럼 왜 아쉬워하면서 말해...  많이 먹었구먼.. 


아직도 나는 둘째가 너무나 아기 같다. 그렇지만 이건 둘째가 내 앞에서 유독 아기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4살 둘째, 한국나이로 따지면 벌써 5살이다.

한동안 둘째가 내 앞에서 아기인척 하는 게 심했던 적이 있다.

"아따따~ " "꾸꾸~~" 같은 말을 하길래 심각하게 걱정했다.

아니 왜 말을 잘하던 애가 점점 말을 못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누나랑 신나게 대화하는 거 보고 '아~~ 내 앞에서만 그러는 거구나~' 깨달았다.


이걸 깨닫고 난 다음에는 나를 제외한 아빠나 누나한테는 조잘조잘 문장으로 잘만 말하면서 내 앞에서만 2살 아기처럼 말을 하는 게 귀여웠다.

내가 너무 좋아서 아기가 되고 싶은가 보다 싶어서 더 안아주고 보듬어 주려고도 했다. 그런데 이것도 적당히 해야지 점점 더 심해졌다. 나중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도 알 수가 없었다.


행동도 아기처럼 하기 시작했을 때 둘째에게 단호하게 이제 아기처럼 말하는 거 그만하라고 했다.  내가 둘째를 예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첫째보다 훨씬 아기처럼 대하는데도 점점 심해지는 건 문제가 있었다. 나의 단호함을 느꼈는지 둘째는 그날부터 "으갸갸" 같은 말을 쓰는 게 확연히 줄었다. 물론 가끔씩 "응애"같은 말을 해서 아빠한테 잔소리를 듣긴 하지만 다시 예전처럼 원활히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처럼 심하진 않지만 여전히 내 앞에서 유독 애교도 많고 어리광도 많다.

아침 등굣길에 첫째와 둘째는 킥보드를 타고 학교를 가는데 둘째는 킥보드를 타는 게 아니고 그냥 위에 서있다. 그럼 내가 킥보드를 끌고 간다. 혼자 타게 하면 너무나 느려서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다.

둘째보다도 어린애들이 씽씽 앞으로 가는 걸 보면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침부터 잔소리를 하여 모두의 기분을 망치고 싶진 않아서 조용히 끌고 다. 덕분에 아침마다 내 얼굴은 땀범벅이다.


이것 때문에도 걱정을 좀 했었다. 너무 운동신경이 없는 게 아닐까? 괜찮은 걸까? 나의 이런 걱정도 금방 사라졌다. 킥보드를 타다가 우연히 둘째 아이의 친구를 만났는데 과연 예전의 그 아이가 맞는 걸까? 싶을 만큼 엄청 빠르게 달렸다. 심지어 한쪽 다리도 들고 타고 뒤도 보고 아주 난리가 났다. 이렇게 잘 타면서 왜 아침마다 스스로 가지 않는가? 조만간 이것도 고쳐줘야 할 거 같다.


좀 심해질 때만 빼면 당연히 둘째의 어리광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만 보면 씩 웃으면서 자그마한 손으로 내 목을 감싸는데 어떻게 안 이뻐할까? 아마도 둘째는 나의 이런 약점을 알고 더 아기처럼 그러는 거지 싶다.




요즘 매일 밤 둘째는 "아기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아기일 때의 너보다 지금의 네가 훨씬 좋아라고 말해줘도 잘 듣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더 어린 동생들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한테는 언제나 지금의 네가 가장 좋다는 걸 언제 알려나 모르겠다.

부러워할 필요 없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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