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산타할아버지는 자주 오시네

선물 준비하느라 바쁘다 바빠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할아버지가 두 번씩 오신단다. 한 번은 유치원으로 한 번은 집으로.

작년까지만 해도 둘째는 어려서  선물을 아무거나 줘도 괜찮았는데 올해부터는 다르다.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노래를 부르며 "산타할아버지 또봇 로켓 받고 싶어요~!!"를 외치고 있으니 대충 줄 수가 없었다.

첫째의 선물도 쉽지 않았다. 말하는 피카추 로봇이 받고 싶다니..

아이들이 받고 싶다 한 것과 유치원으로 보낼 선물 총 4개를 준비했다. 아이들의 소원, 적정한 가격, 적정한 크기, 앞으로도 애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등등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유치원에서 받으면 집에서 안 줘도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 그건 안 될 말이다. 요즘 자주 읽고 있는 크리스마스 관련 책에는 크리스마스날 아침 함께 선물을 열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안 해 줄 수는 없다.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랄까? 그렇다고 유치원에 안 보낼 수도 없으니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산타할아버지가 자주 오시면 6살 첫째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거 같았다.

그래서 은근히 물어봤다.

" 산타할아버지를 두 번이나 만나네~"

"유치원으로 오시는 산타할아버지는 가짜고 집으로 오시는 산타할아버지가 진짜야"

"유치원에서 만난 산타할아버지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선글라스를 쓰면 아이들 얼굴을 못 봐서 선물을 나눠줄 수 없잖아. 그런데도 선물을 주는 걸 보면 가짜야! "

첫째의 대답에 나는 유치원 행사는 전부 선생님들이 만든 행사라는 걸 알아챈 줄 알고 내가 네가 받은 그 선물을 고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며 생색을 내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의 말에 입을 꼭 다물었다.

"선생님들은 산타할아버지를 도와주는 사람이라서 선물은 진짜야.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이 오는 거랬어"

아무래도 선생님들 중에 한 분이 산타역할을 해야 하다 보니 선글라스를 쓰고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을 거고 그럼 애들은 자꾸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산타는 가짜지만 선물은 진짜다라는 말을 해주신 거 같았다. 뒤에 말을 기다리지 않고 나불거리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믿음을 와장창 깨버릴 뻔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어차피 조금 더 크면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준비하신 선물이구나 라는 걸 알 텐데 그걸 내가 나서서 알려주고 싶지는 않다. 산타는 가짜지만 선물은 진짜라는 믿음을 주신 선생님들도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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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샀다. 집 한쪽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트리를 보고 있으면 크리스마스 꿈을 꾸고 있는 거 같다.

결혼 전에는 크리스마스란 나에게  다른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휴일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때만 되면 나도 설렌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기를 기대하고 아이들이 선물을 풀어보며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하며 신나게 쇼핑한다.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어도 그동안은 집이 좁다는 핑계로 트리만큼은 하지 않았는데 올해 큰맘 먹고 샀다. 꾸미기에는 영 재능이 없어서 트리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지만 그래도 정말 예쁘다. 산타할아버지를 나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첫째에게 크리스마스날 줄 선물을 고르느라 장난감 가게 2곳을 3시간 동안 왔다 갔다 했다. 택배로 받은 둘째에게 줄 선물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크고 멋져서 첫째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첫째가 피카추 로봇이 가지고 싶다 했는데 어렵게 찾은 그 로봇이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냥 포장해서 주자니 둘째의 로봇과 크기 차이가 많이 나서 첫째가 실망할 거 같았다. 아이들에게 선물의 크기는 중요하다. 그래서 크기를 맞추면서 과하게 비싸지 않은 물건을 생각해 내느라 한참을 돌아다녔다. 가게 점원들이 물건을 사지는 않고 뭐 저렇게 서있기만 하는지 궁금해했을 거 같다.

결론은 책이었다. 마침 곰돌이 푸 소설책을 세트로 팔고 있고 내용마저 첫째에게 딱 맞았다. 첫째가 왜 자기는 두 개를 받는지 궁금해하면 산타할아버지께서 첫째 네가 받고 싶은 선물도 주고 싶으시고 책도 주고 싶으셨던거 같다. 책을 읽는 건 중요하니까. 많이 읽으라고 주셨나 보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며 설명해줘야지라고 계획도 세웠다. 둘째는 책에는 관심이 없다. 아마 로봇을 열어보느라 책을 받았다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다. 혹시 궁금해하면 그 대신 너의 선물이 훨씬 크잖니로 설득해야겠다.

드디어 내일이다. 내일 아침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서 트리 옆으로 달려갈걸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세상 아이들 모두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