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태리 Feb 07. 2023

누나 놀이방 갈까?

누나 나랑 놀까?!

오랜만에 둘째가 아팠다. 콜록콜록 기침에 콧물도 줄줄 흘렀다. 유치원을 쉬게 해야겠구나 생각하면서 요놈 나랑 하루종일 놀아서 좋겠군 이란 생각을 했다. 둘째는 나를 가장 좋아하니까 라는 자신감이었다.

첫째 날은 무난했다. 장난감을 이것저것 들고 오다 텔레비전을 틀어달라 하기도 하는 그런 하루.

그리고 다음날 병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둘째의 마음을 알았다.


"누나 보고 싶다. 누나 언제 와?"


나는 엄마를 독차지하고 있는 둘째가 아주 행복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나랑 똑같이 심심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거였다. 그날 저녁 누나랑 집에서 놀면서 깔깔깔 신나게 웃는 둘째를 보면서

약간의 배신감과 이제 둘이 정말 잘 노는구나라는 즐거움이 동시에 들었다.


"누나 나랑 놀까? 누나 나랑 놀이방갈래?"


누나만 보면 하루종일 저 말을 하면서 쫓아다닌다. 첫째가 "그래"라고 화답해 주면 둘째는 신나서 같이 놀고 첫째가 그림 그리기나 편지 쓰기로 바빠서 "누나 바빠, 안돼"라고 하면 얌전히 옆에서 붙어 있다.

아이 둘을 낳은 선배들은 나에게 어느 순간 둘이 정말 잘 노는 날이 올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시곤 했는데 그 순간이 오고 있는 거 같다.


둘째가 누나를 좋아하는 덕분에 좋은 게 많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줄 때 누나가 가져온 책도 같이 듣고 오히려 누나가 가져온 책을 더 기다린다. "이제 누나 책 읽어줘!"

누나가 공부를 다 하고 칭찬스티커를 받으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나도 한글공부할래"를 외친다. 그럼 한글벽보 보고 가나다라~한 번씩하고 같이 칭찬 스티커를 받는다. 이게 공부라고 하긴 그렇지만 이거라도 해서 다행이다.


둘째가 누나를 좋아하는 건 다 그럴만하다. 솔직히 자주 첫째가 나보다 둘째를 잘 본다는 생각이 든다. 장난감을 치우라는 나의 말에 둘째가 를 부리며 치우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나는 화를 내곤 하는데 그럴 때 첫째는 "우리 나쁜 장난감 악당을 상자에 같이 넣을까?"라고 말하거나 화분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는 나의 말에 억지로 더 물을 주는 둘째에게 나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첫째는 "바닥에 공간이 많은데 바닥에 물을 뿌려볼까?" 하면서 예쁜 말로 달랜다.


남편에게는 30년 차이보단 3살 차이가 좋은 거 아니겠어라며 농담을 했지만 그냥 첫째가 둘째에게 맞춰서 잘해준다. 착하다. 첫째에게 더 잘해줘야겠다. 글을 쓰면서 또 느낀다.


오늘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어디를 들렸다 집으로 가자는 말을 했고 나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때 조용히 둘째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우리도 어디 갈까? 소방차 보러 갈까?"


아 진짜 정말 너무 웃겼다. 둘째에게 둘이서 어떻게 갈 건데라고 질문하면서 누나가 저렇게 좋은가 싶어 신기했다. 아직 세 돌도 안 됐으면서 엄마, 아빠랑 따로 놀 생각을 하다니!


이제 곧 둘째도 세 돌이다. 올해 더 귀여워지고 있는 남매가 올해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를 보내면 좋겠다. 말도 좀 잘 듣고.

이전 04화 잘 넘어가는 딱지 접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