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재를 찍겠다며 문득 꺼내 든 소형 필름카메라. 정말 문득이지. 굳이 찍겠다면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면 될 일 아닌가. 오래된 카메라는 새로 사도 말썽이다. 오래되었기 때문.
싶지만은,
내 속의 내가 말한다. - 느낌이 다르다.
필름 맛을 제대로 못 보고 디지털로 넘어온 나는, 디지털이 없던 시대에 디지털 사진 같은 쨍한 사진을 지향했던 필름 세대. 그러다 보니 감도 낮은 필름을 선호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생전 찍어본 적도 없는 흑백을 찍느라 (광고회사에 들어와서 첫 촬영은 흑백이었다. 물론 카피라이터 스텝으로 참여했다.) 아무 생각 없이 감도 80짜리 필름을 집어 들었다. 노출관용도가 낮은 필름이 흑과 백을 분명히 구분한다. - 노인들은 그늘을 구분해 앉아있고 다리 밑 천변을 달리는 라이더는 그늘의 시원함을 느꼈다. 봄과 여름의 콘트라스트가 강하다. 그늘은 봄이었다. 그 땡볕에도.
봄이라고 생각하면 봄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