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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문장들 01화

61 아내의 명령

by 현진현

아주 춥다. 나는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카메라 노출을 측정했다. 복권을 산 후에 추위 때문인지 마스크를 쓰고 줄을 선 사람들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내가 찍으려고 했다. 카메라는 이 추위에 말을 들을까, 생각해 봤다. 카메라는 빛의 명령에 움직이잖아. 추위 따위야.

복권을 사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엔 아내가 준 특별한 지폐 일만 원이 들어있었다. 오천 원은 내 몫이고 나머지 오천 원은 아내의 몫이다. 우리는 막 콩나물국밥집을 지나 온 참이었다. 아무튼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전화기의 진동이 울렸다. 나는,

전화기를 잡아야 할지 내 카메라를 걷어올려야 할지 서성였다. 전화는 전무의 전화였다. 내가 뭔 놀음을 하고 있나 각성했지만 당장의 현실은, 복권 당첨이었다. 여러 곳에 글을 쓰지만 지난 6개월 동안의 고료는 고작 일천 육백 원이 다였다. 와중에, 회사는 월급을 감봉시켰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자가용을 보전했다. 아내에게 나는, 야외로 나가서 커피를 갈고 물을 끓여서 커피나 마시자고 했다. 그렇지만 아내는, 그러자고 했다. 그렇지만 아내는, 그러자고 했다.

IMG_5059 2.jpeg 아내를 그렸다. 어그부츠(짝퉁)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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