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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pr 03. 2024

달리기에는 보강 운동이 필요해요

필라테스와 달리기

매주 토요일 아침 8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필라테스하러 갈 준비를 한다. 가기 전엔 꿀잠 잘 수 있는 토요일 오전에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바지런을 떨며 운동을 가는 걸까 후회막심이지만, 막상 다녀오면 에너지가 넘쳐흘러 일주일 치 집안일을 후다닥 마치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아 다녀오길 잘했어 ' 생각한다.


최근에 바뀐 선생님은 굉장히 파이팅이 넘치신다. 오늘은 코어를 뿌실거라면서 누워서 테이블탑 자세로 상체만 끌어올리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 힘겹게 상체를 들어 올렸는데, “자 이제 다리를 쭉 펴볼까요?” 음? 아까는 테이블탑만 하면 된다면서요 흑흑 서러운 마음에 “선생님 거짓부렁쟁이!”라고 생각을 육성으로 내뱉어버렸다. 선생님도 빵, 옆에서 오만상을 찌푸리던 짝꿍도 빵 터졌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상복부와 하복부가 만나야죠 예슬님~”이라고 해맑게 말하시는 쌤. “아니 걔네가 어떻게 만나요”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바로 눈을 질끈 감고 상복부와 하복부의 만남을 힘겹게 허락해 본다. 쌤과 이런 티키타카가 요즘 늘어나는데 점점 도전 의식에 불타오르고 있다. 이렇게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다니 행복하다.


어쩜 이렇게 평소 안 쓰던 근육만 골라 뿌시는지, 필라테스를 다녀온 다음 날이면 온몸의 근육이 ‘안녕, 내가 여기 있는지 몰랐지? 만나서 반가워’ 소리 지르며 각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래서 아직 근육통이 생기기 전인 필라테스 수업 당일 달리기까지 끝내버린다. 필라테스로 충분히 이완된 몸이 달릴 때 불필요한 힘을 빼주는 데도 한몫하는 것 같아서,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이기는 해도, 생각보다 편하게 달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필라테스 후 밥을 먹고 2시간 정도 쉬다가 해 지기 전에 달리기하러 나간다. 해도 중천에 있으니 평소 달리던 코스에서 조금 변화를 줘 더 멀리까지 달려보기로 한다. 새로운 길은 전반적으로 오르막이어서 애플워치에 뜨는 페이스를 체크하며 달리는데, 뭔가 이상했다.


‘음? 페이스가 5분대? 6분대? 이러면 안 되는데?’ 가속주 훈련이라 처음에는 평소보다도 더 천천히 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워치에 찍힌 페이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러다 막판에 죽겠다 싶어서 온 정신을 집중해 느낌적으로 천천히 페이스를 되살리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결국 수시로 워치를 보며 7분대로 맞춰서 달렸다. 오르막인데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아 이제 내리막 구간. 여기에서도 너무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아직도 갈 길이 반이나 남았는걸. 덕분에 다음 가속 구간이 나올 때 아~주 조금씩 페이스를 올려도 무리가 되지는 않았다. 가속구간이라고 의식적으로 내달리지 않아도 시간이 갈수록 몸에서 달리기의 리듬감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빨라지는 게 신기했다.


그냥 컨디션이 좋아져서인지, 필라테스로 근력운동을 한 게 도움이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뭔가 한 단계 기량이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좋은 기분이었다.


- 2023.02.18 한 걸음 성장했구나 느꼈던 그 날의 기록



사진: UnsplashAnna Stampf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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