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없는 사람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아끼는 문장에 비유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한 책장에 그 사람의 흔적을 훔쳐 와 깊숙이 꽂아두고 싶어진다. 옆에 두고 웃기지 않은 말들에 발라당 넘어가며 웃어버리고도 싶다. 그 사람이 나에게 말 걸고 싶어 안달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에 골몰하느라 잠에 들지 못한 날이 몇 번은 있었다. 

내가 좋아한 이들이 나를 좋아해 준 경험은 별로 없었다. 그건 내가 그 사람에게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유독 그 사람 앞에서만 타인이 매력이라 칭해준 나의 모든 것들을 잃게 되는 탓이기도 하다. 나는 매력적이지만 매력적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다. 그건 오히려 나를 멋없게 만드는 일이었다. 스스로가 비참해 온몸을 축 늘어뜨리고 침대에 옆으로 고꾸라지듯 눕는다. 

그럼 나는 또 세상에서 제일 못난 인간이 되고 만다. 

내가 가장 최근 사랑한 멋쟁이는 자신만의 도덕적 경계가 명확한 사람이었다. 남들이 만든 도덕이 나의 규율이곤 했던 나에게, 그 사람이 툭툭 건네는 어지러운 말들이 새로운 규율이 되었다. 타인의 매력을 주워 먹고사는 나는, 당연히 그 사람을 닮고 싶어진다. 그치만 내가 한마디 할 때마다 얼굴이 굳어지던 그 사람의 표정, 그 사람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이제 볼일 없겠군요.

도덕적 규율을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사람이지만, 친절한 그 사람은 만남의 끝을 앞두고 다정한 어조로 말한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그 이후로 만난 적은 없다. 

그 사람에게 나의 매력을 항변하고 이전의 멋없는 모습은 삭제시키고 싶지만, 사실 안다. 나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사람 ‘이 사람을 또 볼 일은 진.짜, 없겠군’ 만나지 않을 단서를 세세히 기록하게 될 거라는걸. 

얼마 전 놀이공원 공개방송에서 MC의 질문에 답하던 가수의 말이 생각났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뭘 아는 사람만이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요. 

그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면 나의 진가를 알아볼 테고,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뭐, 그냥 그런 사람이겠죠?“

그리고선 노래를 불렀다. 

제대로 들어본 적 없던 그 사람의 노래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들렸다.

나의 멋없음도 언젠가 멋있음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된다면, 그 사람을 가장 먼저 찾아가야지.

그리고 그 사람의 기억에서 나의 멋없음을 끄집어내고,

그 사람의 책장,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나의 매력의 일부를 책으로 만들어서 두고 올 거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오늘도 여전히 멋없는 사람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