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인스타, 홈페이지 그리고 훌륭한 디자이너님
한국어로 사업을 하고 싶었던 내가 처음 만들었던 것은, 먼저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를 거의 하지 않는 나는 사실 인스타의 위대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나, 수많은 한국어 선생님들이 인스타를 통해 본인의 브랜딩을 하고 계셨고, 대다수의 언어 센터들이 인스타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컨텐츠를 올려야될지 몰라 이제는 많이 유명해지고 유료화가 되었으나 당시 무료였던 '미리캔버스'에서 한국어 관련된 컨텐츠들을 만들어내며 업로드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나름 포토샵도 할 줄 알고, 프리미어도 다룰줄 아니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하였으나 나 혼자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디자인 컨셉을 디자이너분께 맡겨 틀을 요청한 뒤 컨텐츠를 올렸다. 초반엔 단순 간단한 이미지를 올려보다가, 나중에는 드라마와 한국 이슈를 넣어보기도 하였는데 결국 사용자들이 반응하는 컨텐츠는 정말 잘 정돈된 컨텐츠가 아니고서는 영상에 반응을 했다. 처음에는 드라마나 K-pop을 편집해서 올려보기도 했으나 저작권 문제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인기있는 한국어 컨텐츠들의 경우 결국 사람이 나와서 한국어를 설명해주는 것이 반응이 좋아 나중에는
'OO 표현을 한국어로 어떻게 말할까?' 를 릴스 컨텐츠로 만들어 올렸고 조회수나 좋아요 수가 확실히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했는데, 2021년에는 메타버스가 핫한 키워드였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Zoom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는, 메타버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당시에 네이버에서 만든 'Zep' 이라는 메타버스 공간이 나왔었고, 게더타운을 몇 번 경험해본 뒤,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니까 한국에서 만든 플렛폼을 사용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Zep을 이용해 한국어 페이지를 기획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서 전에 알게된 디자이너 분들을 매칭해주는 사업을 영위하고 계신 대표님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좋은 분 한 분을 소개받았다. 4학년 졸업생이었지만, 포트폴리오도 좋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핏도 맞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작업들을 같이 진행하였고 그 중 메인이 Zep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온갖 스타트업 관련된 유튜브들을 구독하고 시청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인상깊었던 주제가'고객의 시간을 얻는것' 이라는 부분이었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경쟁사가 유튜브가 아닌 디즈니월드라고 하였고, 신세계가 스타필드를 만드는 것은 소비자들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등,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얻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하며 내가 만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들어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디자이너분과 으쌰으쌰 하며 한 달간 만든 나의 메타버스 공간이 아래 Zep 사이트이다.
먼저 첫번째 공간에는 각 공간을 표현하는 지도를 집어넣었다. 처음 이동하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어떤 컨텐츠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고, 한국의 느낌을 살리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그 위에 정보광장에 올라가면 배우고 있는 커리큘럼과 실제 수업에 사용할 교재들의 샘플을 올려두었다. 직접 커리큘럼을 개발한 것은 아니었고, 시중에 나와있는 한국어 책 한 권의 커리큘럼을 차용해서 작성을 하였고, 오른쪽 교재의 경우 현재 배우고 있는 것을 디자이너분이 컨셉에 맞게 디자인 해주셔서 배치를 하였다.
그 위에는 서비스의 핵심인 스터디 존을 만들어 배치를 하였다.
처음에 내가 구상했던 것은, 한 쪽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습 공간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게 있으면 선생님께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싶었다.
수업 공간과 자습 공간의 경우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 학생들만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성을 하였고, Zep 시스템을 활용하여 그냥 공부할 때는 다른 사람 방해없이 프라이빗하게 공부를 하다가 질문이 있을 때만 나와서 물어볼 수 있도록 설계하였는데 생각보다 그림이 잘 나왔다.
특히 지도와 정보광장, 궁궐과 호랑이 케릭터 같은 경우는 모두 디자이너분께서 하나하나 작업을 해주셨는데, 수업을 하는 공간은 Zep에 있는 구성 요소들을 통해 만들 수 있어서 비교적 쉬웠다. (프레임도 제공해준다)
그 위는 메타버스 공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드라마 존과 K-pop 존이었다.
드라마 존의 경우 한국의 포스터들을 모아서 이런 드라마들이 있구나를 보여주었고, 구현은 하지 않았으나 해당 드라마의 평가나 기사, 정보 등을 해당 드라마에서 클릭하면 이동할 수 있도록 기획을 했었다.
그리고 K-pop의 경우, 처음 들어갔을 때 콘서트장에서 자동으로 Melon Top100 노래가 틀어지게끔 하고, 바닥에는 각 그룹들의 시그니처 이미지와 각 멤버들의 인스타 등 개인 SNS링크를 걸어두어, 한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각각의 스타들의 SNS를 확인할 수 있게 구현을 했었다.
이렇게 구성을 하고 난 뒤, 마무리는 홈페이지 제작이었다.
https://spartakorean.imweb.me/
Sparta Korean 이라는 이름에 맞게 '한국어 부트캠프' 컨셉으로 홈페이지를 제작을 하려고 하였고,
'다른 여러 언어플랫폼이 있으나 우리는 다르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건 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사용자들이 느끼게끔 했어야 했다...)
사실, 내가 일하고 있는 언어센터 7개 중 2개를 제외하고는 교재도 없고 한국어 선생님이 알아서 재량으로 가르치는 방식이기에 예쁜 교재도 갖다놓고, 나름 커리큘럼도 만들어서 올려두면 될 줄 알았다.
또한 내가 만든 브랜드를 통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으나 마치 학생이 여러 명 있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시간표도 올려보고 금액 표도 만들어두어 나름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정리해서 보니 많지 않은 내용이지만, 약 3개월간
1. SNS 1일 1~2포스팅
2. Zep 강의실 제작
3. 홈페이지 제작
의 여정을 달렸다. 디자이너 분도 졸업반을 마무리 하시면서 일하시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고, 나 역시 새벽과 저녁에 진행되는 수업 시간 외의 남는 시간동안 시간을 냈다. 시간은 흐르고 돈은 쓰고 있었으나 눈에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3편에서 계속.
1편 - 나는 어떻게 한국어 강사가 되었나 보러가기
https://brunch.co.kr/@bjy07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