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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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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25. 2023

볼멘소리



저미듯 스며들어버리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었던 건

살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되려 바닥에 투두둑- 떨어져 버려

아래로 자꾸 시선이 향하는 탓일 테다




그 시선조차 무거워져 바닥에서 나뒹군다

소리는 들려오지만 무엇을 가려 들어야 할진 모른다

입은 부끄럽게도 딱딱히 셈한 것들을 뱉어내고 있다

몸은 먼지가 가라앉는 소리에 쉬지 않고 움찔댄다

나는 작디작아 안으로 굽이친다




떨어진 것들을 괜히 발끝으로 짓이겨본다

짓이겨진 잔해물들 속에서 언뜻언뜻 내가 보인다

나는 무엇일까, 위험한 물음을 어깨에 고 간다

굽어지는 허리가 이를 증명한다




얼마나 많은 증명을 늘어놔야 할까

아찔하다- 하는 셈법을 손목에 새기는 동안

불안을 머금고 한껏 부풀어 오른 피부가

후드득 떨어져 나간다




금치 못할 것들이

금기시된 것들을 자꾸 건드리고

모두가 그 장단에 놀아난다

살짝 비껴가 자리 잡은 형상이

원래 모습을 흐리게 만들었으니

숨이 고여 나가질 못한다

그저 탁해진 호흡이 마땅치가 않아

이렇게 자꾸 볼멘소리를 해댄다

아쉬움이 안개처럼 짙게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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