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군덕대는 공기가
어깨 어귀서 맴돈다
그 소리는, 아직 닿아야 할 곳에 닿지는 못해
그저 머리칼을 조금 간지럽힐 뿐이다
머리칼이 서로를 비껴가며 내는 사악-거리는 소리가
모서리를 접어놓았던 건조한 책의 종이,
그리고 분주히 늘어선 까만 글자들을 떠오르게 한다
까끌한 촉감이 손끝에 묻어난다
모든 감각을 내려놓고
햇볕을 피해 그늘아래 뉘어진 어느 날,
나무 이파리들이 시간과 공간을 잘게 쪼개내어
반짝이는 수천개의 빛을 눈동자 위에 흩뿌렸던
내게 속한 적 없는 기억을 곱씹는다
닿지 말아야 할 곳에
닿아버린,
닿아야 할 곳에
닿지 못한,
대부분의 것들이
발자국 없는 기억에 묻어난다
나는 게걸스레 하루를 소모하며
그 기억들을 미리 추모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