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사장님이 되었다.
으리으리한 로드샵 꽃집은 아니고 동네 골목길 아주아주 작은 작업실이지만 어쨌든 꽃과 식물을 파니 '꽃집 사장'인 게 맞겠지. 글을 짓다 어느 시점에 꽃을 엮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 지 그 시작이 가물가물해서, 꽃집의 휴일인 월요일마다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잘 이어나가길!
브런치에도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꽃을 구성하는 일과 글을 구성하는 일은 참 비슷하다. 작은 아이디어가 기획이 되고, 섭외나 취재를 거쳐 소스를 얻은 다음, 나 혼자만의 싸움 원고 쓰기, 거듭된 수정으로 하나의 글을 짓는 과정을 요약할 수 있다면 꽃도 비슷하다. 어떤 컬러나 주제로 만들지 정하고, 시장에 가서 어울리는 조합으로 꽃을 사오고, 하나씩 다듬어 보기 좋은 자리에 차곡차곡 엮어간다. 두 손, 20개의 손가락으로 오롯이 나 혼자 만들어내야 나의 꽃다발이 완성된다. 한번 묶고 수정도 가능하다. 저 밑에 숨어버린 거베라를 위로 한껏 끌어올리거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위치를 조정하는 등 포장하기 전까지 수정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 호로록 잘 어울리는 포장지와 리본까지 잘 입혀주고 나면 꽃다발이 완성된다.
오롯이 나의 취향과 안목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하나의 무언가가 탄생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업은 어렵고, 고독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자식을 낳아본 적은 없지만 내 노력과 정성이 집약된 제2의 내가 하나 복제된 느낌이다. 또 다른 나, 새로운 나를 찍어내는, 오롯이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 오픈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되어서 내 취향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지 알 수 없다. 나조차도 신기하게 인스타를 보고 왔다던 몇명의 여자 손님은 포장이 귀엽다고 해줬고, 색 조합이 너무 예쁘다고 말해줬다. 직접 제작한 화분도 독특하고 귀엽다며 꽤 반응이 좋다.
귀여운 게 최고인 세상. 내 것이 귀여워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만든 것이 인정받는 일은 내 취향과 안목을 인정받는 일처럼 여겨져 자존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소소하게 깨닫고 있다. 더 많은 이에게 지금껏 쌓아온 나의 드넓은 안목이 어서 빨리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글을 쓰는 일은 철저하게 나 혼자 시작하고, 나 혼자 끝맺음하는 일이었다.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줄곧 오프라인 매체만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내 글의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전무했으니 내 취재가, 내 생각과 내 표현이 불특정 다수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다.
꽃집에 들여놓은, 선택장애인 내가 고심고심해서 농장에서 선택하고, 고민해서 화분 종류와 컬러를 고르고, 분갈이를 해서 만든 식물 화분은 '멋지다', '귀엽다', '독특하다'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물론 피드백의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그 무섭다는 '진상손님'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만 누군가와 소통하고, 내 것을 인정받는 즐거움은 참 재밌다.
사실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히 꽃을 만들고, 식물을 파는 일을 넘어서 꽃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단어에서 내 맘대로 따온 '스텔링(stelling)'이라는 단어를 꽃집 이름으로 정했다. 하나의 브랜드로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언젠가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이 몇 문장 만으로 영상도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에(ai소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꽃으로, 글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는 그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주 월요일에 돌아올게요.
*@stelling_flower 스텔링플라워도 찾아주시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