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바뀌다
순살아파트란 말이 여간 뜨악하지 않았다.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아파트가 순살아파트라니 비약이 심해 보였다. 더욱이 순살치킨, 순살코기에서 보듯 순살이라는 말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아파트로서 순살아파트는 끔찍한 아파트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언론과의 만남에서 순살아파트란 말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그 효과가 나타났다. 순살아파트 대신에 '철근 누락' 아파트', '철근 빠진' 아파트 등이 기사 제목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순살아파트란 말을 생각해낸 사람은 누군지 드러나지 않는 데 반해서 이 말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한 이는 국토부장관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어디 장관뿐이었겠나.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순살아파트는 다행히 힘이 꺾인 듯 보이지만 우리 언어생활에 파고 든 희한한 유행어 중에서 상당수는 여전히 남아서 쓰이고 있을 것 같다.
언론은 뭔가 새로운 말을 쓰기를 좋아한다. 그 말이 합당하든 하지 않든 별로 심각하게 따져보지 않는 듯하다. 마치 새로운 말을 쓰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듯해서일 것이다. 특종을 놓치면 큰 수치로 알 듯이 새로운 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강박관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좀 여유 있는 태도를 지닐 필요가 있다. 순살아파트란 말에 제동이 걸린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순살아파트라는 말이 아니라 필요한 위치에 제대로 철근이 들어가지 않은 집을 짓지 않는 것이다. 아파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압도적인 주거 양식으로 자리잡았는데 부실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다니 섬뜩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