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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에 위반하는지?

법조문에 오류가 있음은 부끄럽다

by 김세중 Apr 09. 2024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다. 약칭 기부금품법이다. 이 법은 1951년 11월 17일 기부금품모금금지법으로 출발했다. 1995년 12월 20일 전부개정되면서 법률 이름이 기부금품모금규제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6년 9월 22일 일부개정되면서 다시 이름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법의 제9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9조(검사 등) ①등록청은 기부금품의 모집 또는 접수행위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위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모집자나 모집종사자에게 관계 서류, 장부, 그 밖의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소속 공무원에게 모집자의 사무소나 모금장소 등에 출입하여 장부 등을 검사하도록 할 수 있다. 다만, 모집자의 모집목표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모집기간 중 1회 이상 검사하도록 하여야 한다. <개정 2010. 6. 8.>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위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라는 구절이 있다. '명령에 위반하는지를'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위반하다'는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인데 목적어의 조사에 '을/를'이 쓰이지 않고 ''가 쓰였기 때문이다. 이는 다분히 1950년대식 표현이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에는 '~을/를 위반하다'가 아니라 '~에 위반하다'가 쓰였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아무도 '~에 위반하다'라고 하지 않는다. '~을/를 위반하다'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 법의 제9조 제1항에는 '명령에 위반하는지를'이 등장할까. 


이 법에 '명령 위반'에 관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1995년 12월 30일 이 법이 전부개정될 때이다. 그때 다음과 같았다.


제10조 (검사등) ①허가권자는 기부금품의 모집 또는 접수행위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모집자 또는 모집종사자로 하여금 관계서류ㆍ장부 기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모집자의 사무소ㆍ모금장소등에 출입하여 장부등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


이때는 '명령에 위반되는지'였다. '명령에 위반되는지'는 문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명령에 위반하는지'가 문법에 맞지 않을 뿐이다. 문제는 2007년 5월 11일 이 법은 전부개정되는데 바로 그때 지금의 법조문에 있는 '명령에 위반하는지'가 나타났다. 위에서 보인 바와 같다.


'허가권자'가 '등록청'으로 바뀌었고 '명령에 위반되는지'가 '명령에 위반하는지'로 바뀌었다. '명령에 위반하는지'는 문법에 어긋나는데 그만 개악을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2024년 현재 17년이 지나도록 '명령 위반하는지'가 그대로다. 이 법에 '~을/를 위반하여'가 수십 군데 나오는데 유독 제9조 제1항에서만 '~ 위반하는지를'이 들어 있다. 다른 조에서는 '위반하다'를 바르게 썼는데 제9조 제1항에서만 틀리게 쓴 것이다. 부주의의 소치다. 법조문에 이런 오류가 들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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