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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폭싹'을 보고 맞춤법을 생각한다

by 김세중 Mar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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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최신작 '폭싹 속았수다'에 관한 기사가 최근 부쩍 잦아졌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란다. 제주도 토박이말은 표준어와 차이가 크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폭싹에 눈길이 자꾸 간다. 제주도 말 폭싹이 표준어 폭삭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표준어 폭삭은 '폭삭 망했다', '폭삭 늙었다', '폭삭 주저앉았다' 등과 같이 쓰인다. 제주도 말 폭싹도 그런 뜻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한 인공지능이 폭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음을 참고할 수 있겠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폭싹 속았수다'가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하니 폭싹도 부사인 것은 맞는 거 같고 과연 위 인공지능의 설명대로 '아주', '완전히' , '몹시' 같은 뜻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뜻'이 아니라 이라는 '표기'이다. 왜 이 아니고 이라 썼을까. 폭삭이라고 써도 발음은 자동적으로 폭싹일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아니, 한글 맞춤법에는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이 있고 이에 따라 싹뚝싹뚝이 아니라 싹둑싹둑이라 적는다고 예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폭싹이라 소리나지만 폭삭으로 적어야 한다. 사투리를 적을 때는 한글 맞춤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나? 사투리를 적을 때는 맞춤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제작진이 이 한글 맞춤법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도 일부러 그렇게 썼는지 무심코 실수로 폭싹이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필자는 한글 맞춤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예술작품의 특성상 웬만큼 자유를 허용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려되는 점이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 표준어 폭삭이란 말도 폭싹이라고 쓰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한 단어의 표기는 고정되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는데 표기가 두 가지로 섞여 쓰이면 헷갈리지 않겠는가. 자유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게 좋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드라마 제목을 ' 속았수다'로 바꾸기엔 이미 늦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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