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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Apr 13. 2020

요즘 어떻게 지내요?

30_ 안부를 묻는 방법. 






오늘은 정확히 새벽 3시 4분에 깼다. 

원래 새벽이 이렇게 깨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잠이 아주 얕게 드는 것 같다.

신경 쓸 것들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요즘 피곤함이 덜 해서 그럴까.

봉쇄령은 이제 3주째 접어들었다. 


이제 더 추워질 것을 알기에 

얇은 여름옷들은 집어넣고 두터운 옷들로 옷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진 내 옷장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요즘에 입는 옷들이 참 한정적이다 란 생각을 한다.

잠옷 아니면 운동복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삶은 그래서 한결 간편해지고 가벼워진 반면에

오늘 뭐 입지? 정도의 즐거운 고민이 사라졌다는 게 약간의 아쉬움이다. 


모든 음식점들도 문을 닫았으니 먹는 것도 깊은 고민거리가 된다.  

오늘은 뭐 먹지? 가 이 무료한 그리고 제한적인 삶 속에서 유일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무언가다. 


어제는 아는 언니가 아직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 우리 집 앞으로 배달해 주었다. 

밥을 하는 김에 내가 생각나서 조금 챙겼다고 했다.

우리는 2미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언니는 집에 갔고 순간 내 손에 들려진 이 밥 한 끼가 참 소중하다고 느껴졌다. 

순간 정말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참았다.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보다 사람을 잘 챙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한다는 건 자신의 단점을 반듯이 뛰어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니까. 

설령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한들 그 노력에 손가락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요즘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생각이 팝콘처럼 터진다.

나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다. 내 모든 생각을 해부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진짜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봉쇄령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혼자 남게 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 혼자됨이- 이 고독의 시간이 절대 헛되게 흘러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히려 딛고 일어나 이 시기를 자신 있게 되돌아볼 수 있는 아주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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