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망과 현실적 적용 방안에 대한 고찰
첫 시험관 아기의 탄생 후 46년이 지난 지금, 체외수정(IVF)는 더 이상 우리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상상은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배아 #124 - 여성, 아프리카계 흑인
중대한 유전성 질환 없음
윌슨병(구리 대사 장애. 보균자는 증상 없음)의 보균자
유방암과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평균보다 낮음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우울증의 위험은 평균보다 높음
녹색 눈, 곱슬머리, 멜라닌 색소 결핍 없음
음악적 재능 지수 상위 30% 확률 60%
운동 능력 지수 상위 40% 확률 55%
이런 배아가 200개 있고 이런 배아는 당신과 배우자의 정자와 난자로 IVF을 통해 만들어진다. 어떤 배아를 선택해야 할까.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라는 책에서, 2540년을 배경으로 인구가 비인격적인 중앙 부화장의 통에서 자라나고, 배아의 화학적 처리를 통해 다섯 단계의 다른 지능으로 분류되는 사회를 묘사하였다. 가족은 외설적인 것이며 부모라는 개념이 없는 사회다. 태아는 “창백한 시체 빛깔의 고무 장갑을 낀” 하얀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에 의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기계적으로 돌보아진다.
이러한 기술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와 만나 현실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Orchid Biosciences는 예비 부모들에게 수태 전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여 심장병, 당뇨병, 조현병과 같은 흔한 질병에 직면할 가능성과 그러한 위험을 미래의 자녀에게 전달할 가능성을 추정하는 위험 점수(Score card)를 제공한다. 현재 Orchid는 그들의 홍보자료에서, 다양한 배아 중에서 심장병, 유방암, 전립선암, 1형 또는 2형 당뇨병 등의 주요 질병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배아를 선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Orchid는 현재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임상을 통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비용이 높은 것도 있지만 IVF와의 결합된 비용은 이러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불평등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IVF에 대한 보험 적용이 제한적으로 이루지고 있기 때문이다. Orchid의 CEO Noor Siddiqui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이 그럴 수 있어야 하며, 우리는 우리의 기술이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하기를 원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실제로 Orchid가 출시한 첫 번째 제품은 “커플 리포트"이며 비용은 1,100달러이다. 그들의 2단계 제품은 IVF로 수정된 배아를 검사하여 부부가 잠재적 자녀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는 IVF 비용과 제품 비용을 소비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며, 단계가 계속될 수록 비용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대한 접근성이 불평등하게 이루어질 것을 의미하며 의료, 생명공학 분야에서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로는 유전자 검사와 배아 선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우생학적 실수이다. 이는 과거에도 몇 차례의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미국의 강제 불임 프로그램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의 여러 주에서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주로 정신 질환자, 범죄자, 빈곤층, 그리고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했음. 유명한 사례로 1927년 벅 대 벨(Buck v. Bell)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 이는 강제 불임을 합헌으로 인정하였음.
나치 독일의 T4 프로그램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유전적 결함이나 정신 질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살해, 약 30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음.
이 외에도 스웨덴의 강제 불임 프로그램, 일본의 우생보호법, 캐나다의 성적 불구화 법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유전학과 생식 기술의 오용이 얼마나 심각한 윤리적 문제와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현대의 유전자 검사와 배아 선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윤리적 문제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의 심화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람직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차별이 심화될 수 있음. 이는 고용, 보험, 교육 등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낳을 수 있음.
유전적 다양성의 감소
특정 유전적 특성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 이는 장기적으로 인류의 적응력과 생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특정 유전자를 선택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는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
사회적 압력과 자유 의지의 침해
“완벽한” 아이를 갖기 위한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면서, 부모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제한되고, 이는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 의지를 침해할 수 있음.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재정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경향이 생기고, 이는 모든 인간의 평등한 가치와 존엄성이라는 기본적인 윤리적 원칙을 위협할 수 있음.
불평등한 접근성
위에서 언급했듯이 고비용의 유전자 기술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음.
따라서, 우리는 유전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러한 윤리적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Orchid의 사례와 더불어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2012년에 개발된 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편집 방법은 자연 효소를 사용하여 정확하게 유전자를 타겟팅하고 자를 수 있다. 이는 심각하고 희귀한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다양한 인종과 집단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여, 현재 유럽 중심의 데이터베이스 한계를 극복하고, 유전자 검사 결과의 해석과 소통 방법을 개선하여 복잡한 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정책적 방안으로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의 기관의 감독을 강화하여 Orchid사와 같은 기업들의 과장 광고나 허위 정보 유포를 방지하고, 유전자 검사와 배아 선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고용, 보험, 교육 등에서 유전 정보 기반 차별 방지법을 강화하고, 보험 적용 범위 확대를 통해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기술의 개발을 반대한다.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트랜스휴머니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자신의 신체와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개인이 가지고 기술을 통한 인간 능력의 향상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인간 본성의 근본적 변화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생명윤리학적 접근), 포스트휴머니즘 등의 사상에서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여러가지 사회적, 개인의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지식인들은 매우 경험에 의존적인 과학적 사고가 무조건 옳다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다. 모든 인간은 현재 모습 그대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가 빛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는 절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해본다. 그 단적인 예시로, 새로운 실리콘 밸리 벤처들 야망은 23andMe 공동 창립자이자 Orchid 투자자인 Anne Wojcicki를 포함한 헬스 케어 명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전체 유전체의 시퀀싱 비용이 $50,000에서 $1,500로 기존 대비 3%까지 낮아졌으며 기술이 발전할 수록 점점 더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 기술은 상용화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불치병의 치료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또한 더 우월한 유전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이 기술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전적 다양성의 감소에 따른 영향을 인류는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유전체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어떤 문제로든— 집단에게 정부 또는 기관, 기업이 “인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강요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미래에 다가올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든 방지하려고 최소한의 노력을 할 것이며, 인류는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임에 틀림없다.
유전체 기술을 적용한 집단과 아닌 집단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며, 인류는 이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런 달갑지 않은 발전과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Reference
Siddiqui, N. (2024, April 10). This woman will decide which babies are born. Wired.
Hercher, L. (2021, July 12). A new era of designer babies may be based on overhyped science. Scientific American.
벌거벗은세계사. (2023, May 4). 지금은 상상도 못할 미국의 우생학 장려 프로젝트. 강제로 혼인 금지에 불임 수술까지. tvN D ENT.
Ball, P. (2017, January 8). Designer babies: an ethical horror waiting to happen? The Guardian.
李哲民. (2002, April 4). [후쿠야마 교수] "생명공학이 재앙 부를 것" 경고. 조선일보.
Huxley, A. (1932). Brave New World. Harper Perenn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