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지완 Feb 11. 2016

어느날 마라도에서···

평등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마라도에는 작은 학교가 있다. 교사 한 분과 행정직원 한 분이 계시고 학생 수는 매년 다르지만, 올해는 한 명이 졸업했고 남은 재학생이 없다. 학교를 유지하고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을 구해 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여의치 않았나 보다. 이제 당분간 휴교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라 분교 학생 수가 셋이었을 때 단칸인 교실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관광 온 아주머니가 자기 아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말 안 들으면 너도 여기에 보낼 거야!”


하필이면 그 옆을 지나다 그 말을 들었고 그녀는 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었다. 조금 미안하기라도 했다는 것인지. 그렇게 자란 아이가 엄마의 사상을 이어받아 섬 아이들을 하찮게 보고 대륙의 아이들에게는 굽신거리게 될까, 걱정된다.


사실 마라도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지도 않고 뭍에 사는 사람을 동경하지도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당장에라도 섬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관광객들이 한 시간 동안 바삐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짜장면을 먹고 돌아가는 동안 마라도 주민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마치 우월한 인종이 열등한 종족을 조롱하듯 바라보고 가는 듯한 시선 말이다.


마라도에만 이상한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이 가는 건 아니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선생님은 관광버스를 보면 그 자리에 서서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웃으며 손을 흔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때 차창 밖으로 우릴 쳐다보던 눈동자들이 그랬다. 정작 스스로는 느껴보지 못한 가난함과 저급한 문화를 향한 처연한 동정의 눈빛들.


내 어머니께 정말 감사한 것은 다른 사내아이들은 바지를 입히지 않아 고추를 내민 채로 손을 흔들었지만, 내게는 꼭 바지를 입혀주셨다.

이전 02화 삽시간의 황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