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정리매매 둘째 날
오늘은(2017.2.25) 한진해운 주식 정리매매 둘째 날이다.
정리매매란 파산 선고된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정리하는 것이다.
회사는 망했고, 어차피 휴지조각이 됐지만 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고장 난 컴퓨터를 고철값만 받고 고물상에 팔 수 있도록 해준다고 보면 된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상하한가 제한폭이 ±30%다. 하지만 정리매매는 제한폭이 없다.
이 때문에 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도박인 셈이다.
'한진해운'이라는 무덤이 만들어지자 주변엔 하이에나들이 몰리고 까마귀가 날아든다.
상하단 제한 없이 급등락 할 수 있고 적은 금액으로도 시세를 움직일 수 있으니
장난치기 딱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재계 서열 톱 10 한진그룹의 핵심이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운수업체다. 아니 업체였다.
1977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설립했다.
셋째 아들 조수호 회장이 운영했다.
2006년에 별세하고 미망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섰다.
최은영 회장은 경영 능력이 부족했다. 운도 없었다.
때마침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고, 한진해운도 어려워졌다.
회사가 어려워지니 가족들한테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아주버님! 도와주세요~'
여기서 아주버님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요즘은 땅콩 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씨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아주버님도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이것저것 재보다가 자금 지원을 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고
결국엔 침몰할지 순항할지 모를 배의 키를 쥐게 된다.
이때 한진해운은 나눠지는데 최은영 회장이 유수홀딩스를 갖고,
해상운송 부분을 한진해운이라는 이름으로 남겨 아주버님께 넘긴다.
그게 현재 정리 매매되고 있는 한진해운이다.
2011년부터는 급락해 4만 원에서 5000원까지 반의, 반의, 반 토막이 됐다.
정리매매 둘째 날인 2월 24일 오후 1시 47분 현재 한진해운은 168원이다.
외국인 지분율 3.30%. 기관은 진작에 나갔다. 한진해운의 마지막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해 9월.
메이저들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근 5개월 동안 까마귀와 하이에나만 들끓는 무덤이 됐다.
분할되기 이전에는 이런 모습이었다. 1980년 대부터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찬란했다.
한진해운은 단순히 물건을 실어 나른 것이 아니다.
수많은 주주의 꿈과 수천 명 임직원 밥그릇을 실어 날랐다.
최은영 회장은 회사가 바뀌든 사이즈가 줄었든 어쨌든 '회장'이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일부 직원들의 백수행은 불가피하다.
한진해운을 믿었던 주주들의 한강행이 진행될지도 모른다.
40년 영욕의 세월이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