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징글한 정치테마
또 시작이다. 주식 바닥 못된 장난질 말이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만한 논리지만 그에 몇 백, 몇 천억원이 오고 가니 마냥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 시장의 레이더에 걸린 키워드는 '파평 윤씨'
한국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성씨란다. 본만 20여개. 그중 약 3/4는 파평 윤씨다.
코로나로 살기가 힘들어지고 현실에 대한 불만은 계속 터져나왔다. 정치 공작이든 뭐든 간에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겠다. 워낙 높은 지지률로 출발했던 정권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작용했다. 대중이 찾은 대안은 '윤석렬'카드.
검찰 개혁 - 조국사태 - 추윤전쟁으로 이어지는 여야의 갈등 속에 대중은 '윤석렬'이라는 영웅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정부의 칼날이 점점 더 윤석렬 당시 검찰총장을 옥좨는 만큼 대중은 그의 정치 참여를 간절히 바랬다. 여기까지는 정치권에서 펼쳐지는 이슈였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해석과 반응이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대감이 그 주위에 형성된 것이다. 주가는 늘 기대를 먹고 자라니까. 그러다 이 기대가 들러붙은 쪽이 다소 어이없게도 '파평 윤씨'다.
4대강 테마가 불때도 (이명박 정권 당시 형성된 테마주), 육아용품 관련주가 급등할 때도 (매번 저출산 관련 공약이 나오면 형성되는 테마주), 서울대 법대 CEO 누구 없나 찾을 때도 일견 이해가 됐다.
그런데 하다하다 파평 윤씨라니.
심지어 관련주도 많다. NE능률, 웅진, 덕성, 서연, 한일화학, 알루코, 아이크래프트, 성보화학, 모베이스전자, 일승, 일성신약...
윤석렬 당시 검찰총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 파평 윤씨다. 여기에 착안한 종목 분류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고 혹 대통령이 된다면 '파평 윤씨! 위아 더 월드~~올레~~~'
이런 시나리오를 투자자들은 꿈꾸고 있는 것인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이제 주가를 본다면 그 웃음이 싹 사라질 것이다.
대표적 파평 윤씨 테마주 몇몇을 보자.
교육업체인 NE능률은 최대주주가 파평 윤씨 종친회 소속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3천원 선에서 꼼짝 않던 주가는 세 달 후 0이 하나 더 붙은 3만원이 됐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도 대표적인 파평 윤씨다.
주가는 1천원에서 4천원으로 4배가 됐다.
거의 같은 차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 파평 윤씨 테마는 하나같이 다 이런 모습이다.
급기야는 일단 대표이사가 윤씨면 다 올랐다. 그러다 하나 둘 회사측에서 관련성이 없다는 공시가 나오기 시작하면 불나방같던 투자자들은 그제야 정신이 든다.
이래 저래 웃픈 현실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제 식구 챙기기를 보여줬으면 투자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한국 주식 시장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얼마나 무지했으면 이런 얼토당토 않은 찍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이런 종목이 시퍼렇게 얼어붙어 계좌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개미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러면서도 대선을 5개월 앞둔 지금 (2021. 10.20) 각 당 경선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당신은 또! 뭘!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