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뜨개질

손가락이 까지는 줄도 모르고

by 종이소리

"하고 많은 실 놔두고 해필 종이끈이냐?

이걸 왜 짜고 있어? 손가락 아프게?"


속상하다는 말씀을

투정 속에 감추신 시어머니는

더 이상 손과 손목 고생시키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시고는 침대에 누우셨다.


"몇 개 더 짜오라고 하신 분이 누구시더라요?"


어머니는 하하 깔깔 웃으시더니

그것만 짜고 더는 작업하지 말라고

신신당부시다.


"어머니는 하고 싶은 일 못하시면

마음이 어떨 거 같아요?

어머니 좋아하시는 산책을 못하시게

제가 꽁꽁 묶어 놓으면 기분 좋으실까요?"


"얘, 걷는 낙으로 사는데 꽁꽁 묶으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사냐? 죽는 게 낫지!"


"저도 그렇다고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작업 못하면 죽는 게 낫지 뭐 하러 살아요?

전 그냥 이렇게 살다 어머니 따라갈래요."


이길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며느리 예쁜 손 다 망가뜨려놓고 왔다고

하늘에 계신 시아버지께 야단 들을까 봐 걱정이라는 말씀으로 재치 부리셨다.


날씨가 차가워지니 벌써 손가락이

벌크처럼 거칠거칠해진다.

종이가 손의 습기를 다 먹어버리니

별수 없이 핸드크림을 자주 발라야겠다.


라탄의 계절, 그 여름이 떠났다.

그런데 종이라탄은 계절이 상관없다.

발리 등나무 줄기나 대나무 등의

라탄류는 확실히 차고 딱딱하다.


하지만 종이라탄은 부드러우면서

또 따뜻하다. 내가 종이의 물성에

반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화분에 옷을 입혀야겠다.

따스한 햇살이 다녀갈 때

온기의 품성을 보듬는 종이가

그 포근한 온도,

오랫동안 머물고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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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