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고분한 흙이 되는
누군가 물었다.
"도대체 까슬까슬하고
종이노끈을 왜 그리 좋아하냐"라고.
"그냥 좋아서요.
그냥 편해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보게 되는
여러 풍경 속에서 당장 버려야지,
빨리 치워버려야지,라는
거추장스러운 것들 속에서도,
'눈에 걸리는 반감 없이 편안한'
내 살림의 중심이라서요.
그래도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왜 버릴 수 없냐고 또 묻는다면.
버리려고 하면
어떻게든 다시 쓰게 만드는
크라프트지의 묘한 매력.
식탁 위에 오르는 접시 매트나
냄비 받침 용도의 깔개는,
다이소에서 일, 이천 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PP라탄이 대부분이다.
PP라탄은 'polypropylene'
즉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라탄디자인'이란 뜻이다.
프로필렌을 중합하여 얻는
열가소성 수지.
가볍고 성형 가공이 쉬워서
파이프ㆍ전선 피복ㆍ합성 섬유 따위에 쓰인다.
이렇게 사전에 설명되어 있는
아무리 세계환경보호 네트워크,
폴리프로필렌, <PP>라고 해도,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일 뿐이다.
무엇보다 반영구적이라고 하는
PP소재로 된 '라탄' 매트도,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를 위해
필요 공간마다 활용하다가,
분위기를 바꾼다는 명분과
낡았다는 이유로 분리수거함에
버려질 때가 온다.
문제는 여기다.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잘 넣기만 하면,
끝?
그다음 과정은,
이 폐기물들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될까?
이 고민은
버리는 사람의 몫이 아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장소의 몫'이 되나?
그리고 그다음은?
그 장소는 또 무슨 역할로
이 반영구적인 폴리프로필렌을
지구에서 치우게 될까?
분해가 될까?
과연 지구가 그를 완전히
분해로 사라지게 할까?
과연, 치워지기는 할까?
점점 미궁을 쌓아 올리는
이 질문에, 나는 생각했다.
따지지만 말고
대안을 찾으라는.
그래서 시작한
종이 실험과 연구.
옛 선조들이 살아 낸 자료에서
종이는 과연 어떤 역할과
어떤 기여로 인간의 삶을 돕고
필요한 세간으로 살아냈는지
알고 싶었다.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그 방대한
역사적인 사료들 앞에서
그 시절의 역할을 고증으로
밝힐 여력도 없고
자랑할만한 능력도 없다.
하지만, 옛 시간을 살아낸
풀어낼 수는 있지 않을까.
2020년에 짰으니
벌써 5년이 지난 종이라탄 소품들.
아직도 멀쩡해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디자인
도대체, 쓸모 없어지지 않는 색감,
도무지, 하찮지 않은 이 세간들이,
생을 다한 어느 날
묘지에 들어간다 해도
고분고분한 흙이 되어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고
숲을 방해하지 않는
또 다른 삶을 살아낼 것을 믿는다.
뜨거운 냄비를 깔아도
그으르거나 잘 타지도 않고
오염도 쉽지 않은 종이깔개.
필요 요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쓰임이
어디에 쓰여도
쓸모의 가치를 더하는
감성 소품이다.
에어플란트 물 말릴 때나
씻은 고추나 마늘, 말릴 때도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래도 오염되면 버리게 되잖아.
결국 쓰레기가 될 뿐이라고."
"예. 버릴 때가 오면, 버려야 죠"
그런데요..
종이라탄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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