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위한 장난감 짜기
까미는 다섯 마리 아기고양이 중 가장 연약한 아이였다. 동집사가 그랬다.
"까미는 발육이 늦어 보이고 사회성도 약해 보이는데 잘 버틸지 모르겠어요."
"집사님은 그게 보여요? 어떻게 알아요?"
"체구가 제일 작은 데다 다른 아이들 옆에 잘 안 가잖아요. 혼자 빙빙 돌기만 하고.. 까미가 제일 마지막에 나온 막내 같아요."
그랬던 까미가 어느 날 엄마고양이가 되었고 무려 7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집사와 나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제일 왕성하던 노라, 그리고 코코, 가로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까미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이. 그리고 일곱 아기 고양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경기도 안산에서 경상남도 통영으로 내려가야 하는 이유가 된 까미의 출산 소식이었다.
내가 내려간 2020년 5월 10일쯤, 찹쌀이, 보리, 복희를 빼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아기 고양이들이 벌써 꽤 많이 자라 있었다.
동집사 혼자 고군분투한 흔적이 아기고양이들의 건강한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새끼들은 다 이뻐요"라는 말이 떠올라 혼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다가 코가 시큰해져서 까미를 불렀다.
"이 아이들을 낳고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장하다 까미야! 수고한 너를 위해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그 소리를 들었는지 능청맞은 까미는 작년에 짜주었던 종이라탄 러그에 앉아 기지개를 켜더니 "야옹~ " 하며 하품을 했다.
"그래? 그게 좋아? 그럼 같이 또 짜 볼까?"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집사가 된 적도 없었고 또 집사생활에 대한 꿈도 꾼 적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물을 짜는 직조 작업의 특성상, 섬유를 이용하다 보니, 고양이에게 해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애써 작업한 작업물이, 고양이 발톱에 의해 스크레치로 파손될 수 있다는 조심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고양이 집사가 된 그때.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알게 된 새로운 발견은 그들이 종이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었고, 그 사실은 다음 작업에 대한 열정의 씨앗이 되었다.
"까미야.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는 현재 기후 위기로 인해, 환경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엄중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너도 그걸 느끼고 있지? 그래서 너를 위하고 우리를 위해서 종이로 장난감을 만들 거야. 그러니까 너도 좋아해 주면 고맙겠는데.. 받아 줄 거지?"
"그럼요. 야옹!~"
그리고 까미는 드러눕거나, 늘어지게 하품을 하거나 아기냥이들 젖을 물리곤 하며 제 장난감을 만들던 내 곁에서 함께 놀아주었다.
게다가 한 번씩 이렇게 장난을 걸며 내 손을 쉬게 해 주는 기특한 친구였다.
"어쩜. 까미! 꼭 네가 짜는 거 같잖아."
섬유공예가인 나는 지구 기후위기라는 현실 앞에서, 지구와 인류 모두에게 이로운 소재로 인테리어 소품 및 생활용품 개발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기존 작업을 잠시 중단하다시피 하며,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지속 가능한
생활용품을 위한 자연 자원 소재 연구에 매진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오래전부터 직접 만들어
일상생활에 사용해 오던 종이 노끈에 다시금 시선이 닿았다.
"이걸 왜 몰랐을까.. 여태.."
그리고 종이에 대한 자료를 찾고
크라프트지라는 이름의 가치를 알게 되었으며, 생활소품 및 패션 용품 등의
샘플을 만들며 실험 중이었다.
'종이, 지구에서 온 내일'이라는 주제 아래, 지속 가능한 자원인 종이 라탄(Paper Rattan)의 가치와 그를 활용한 인테리어 오브제 디자인 연구 계기가 된 고양이와 크라프트지 노끈.
고양이와의 만남은 단순한 행운을 넘어, 내 연구의 지향점과 개인적인 삶의 가치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특별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통해 알게 된 깊은 정서적 유대감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한 종이를 통한 친환경 소재의 조형적 구현, 그리고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내 여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었으며, 앞으로 진행할 작업과 남아있는 내 삶의 밑그림이 되고 있다.
"까미. 네가 우리에게 온 이유.
그건 지구를 위한 내일의 메시지였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