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생의 오케스트라
"환생"
그리고 생의 오케스트라.
2016년 대한민국산림문화박람회
주제관 조형전시 설치작품으로 준비한
종이꽃등이다.
"눈이 부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작품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다.
경기도 화성시 서남부 ○○○○○센터
회원님들의 손길이 모여 켜 둔 꽃등.
작업을 돕겠다며 모두 나서서 팔을 걷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꼬깃꼬깃한
종이노끈을 풀어 꽃잎을 만들었다.
한 달이 걸려 준비하는 동안
대한민국환경생태미술대전 출품작을
함께 만드느라 잠이 모자라는 시기였다.
수업을 핑계로 센터에 가면 틈틈이 만들어 놓았다며 종이꽃 한아름을 안고 나타나시는 회원님들.
그분들이 켜 주신 "환생"
그리고 생의 오케스트라.
박람회 마지막날 조직위원장님께서
"모두 한 줄기씩 가져가는 걸로
피날레를 하자" 며 제안을 주셨다.
종이.
그 이름이 환생이며 생의 오케스트라가 아닐까.
종이.
지구가 보낸 선물이자 미래일지 모른다.
기후위기의 지구가 더 아프기 전에 숲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안고 지구의 내일에서 과거로 날아갔던 것은 아닐까.
그 이름은 어쩌면
처음부터 환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무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
다시 나무가 될
씨앗의 양분이 되는 것.
순환의 궤적을 품은 물질.
지구가 오래전부터 보내온,
가장 오래된 선물.
기후위기로 흔들리는 오늘,
종이는 우리가 잊어가던 말을
다시 꺼내 건넨다.
숲을 지켜야 한다는 당연함,
흙을 남겨야 한다는 오래된 명령,
그리고 지구가 더 아프기 전에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는 작은 다짐.
체륜이 종이를 만들었다던 그 옛날,
인간의 조상들이 남긴 지혜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해 짜낸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척박한 시대의 지혜가
오늘의 우리를 떠받치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2016년의 그 꽃등 아래 서 있던 내게서
지금의 나를 다시 본다.
종이는 결국,
한 번의 생으로 끝나지 않는 존재였다.
빛을 머금고 다시 태어나
우리 손끝을 통해
또 다른 생으로 이어지는 매개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종이를 만지며 그 옛 가르침을 되새긴다.
환생은 물질의 일이기 전에
사람의 일이고,
사람의 일은 결국
서로를 밝히는 일이라는 것.
작은 종이꽃등에서 시작된 그 깨달음이
내 작업의 오케스트라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이 빛의 순환을
내 삶과 작업 속에
정성스럽게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