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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Aug 28. 2023

'벤치마킹'과 '가설검증'

스타트업 리더십 노트 03

어디서든지 학습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 보니 새롭고 도전적인 업무를 맡는 일이 많았다. 나는 커리어와 평판을 쌓기보다는 새롭게 배우기를 더 좋아했다. 내가 탄탄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맡았던 모든 일에서 배움이 있었다.


새로운 걸 배워야 할 때 나는 '벤치마킹'을 활용했다. 특히 주변에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동료나, 본받고 싶은 선배, 후배들을 관찰하고 따라 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말을 따라한 건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사고 체계, 우선순위, 전달 방식을 이해하고 따르려 했다. 내 과거 경험과 편견에 따라 취사선택을 하지 않았다. 내가 따라 하겠다고 정한 이상 벤치마킹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려 했다.


이전에 대기업에 다닐 때에는 주변에 벤치마킹 대상이 많았다. 내 분야에서 이미 수 십 년의 경험을 보유한 선배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따라 하고 싶은 진면교사 사례만 있었던 건 아니다. 경계해야 할 반면교사 사례도 풍부했다. 진면교사로 삼은 선배들한테는 따로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스타트업에 와서는 벤치마킹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주어진 역할과 업무 모두 내게 새로웠다. 그렇지만 내게만 새로운 건 아니었다. 내가 해야 할 역할과 업무를 조직 내 누구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아는 사람도 없었다.결국 누군가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방법을 익히고 찾아내서 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덕분에 내가 배우는 방법도 변해가고 있다. 보고 따라 할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찾기보다는 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하루에도 수 십 가지 가설을 새로 떠올리고 가설을 검증하면서 새로운 역할과 업무를 알아가고 있다.가설 검증의 핵심은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와 사례를 기반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 역시 배움의 연속이라 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벤치마킹이 부재한 스타트업 환경에서도 나는 학습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일단은 회사에 합류한 지 1년 반 사이에 팀원에서 팀장을 거쳐, 부문장 역할을 맡고 있으니 조직과 동료들에게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듯하다.


그렇지만 회사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최소한 업계에서 인정받아야 나 스스로 학습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의료기기업계로 넘어온 지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업계 전문가들하고도 대화가 통할 정도는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동안 정리한 가설들을 업계 전문가들과도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업에 대해서 궁금하고 더 많이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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