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에서 새 영업 이사를 영입했어요. 그는 20년 경력과 여러 성공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관적 판단에 자신감이 있었죠. 어떤 상황에서도 지체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었어요. 게다가 맡은 역할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어요. 끊임없이 고객사에 연락했고, 연이은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죠. 경영진은 그의 자신감과 태도를 높이 평가하며 영업 조직 전체를 맡겼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성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문제는 그의 업무 방식에 있었어요. 회사 제품은 고객 맞춤형 제안이 필수였지만, 그는 고객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하지 않았어요. 고객의 필요가 무엇인지,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른 채 미팅만 반복했죠. 성과가 지연될수록 그는 더 열심히만 할 뿐, 기존 방식을 바꾸지 않았어요. 과거 범용 제품을 팔던 시절의 성공 경험에 매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다 실패한다는 뜻이에요. 직관에 의존하면 익숙한 경험을 벗어나기 어려워요. 과거의 성공이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이에요. 같은 회사, 같은 업무라도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변해요. 게다가 리더가 되면 문제는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요. 상황에 따라 적절한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그 과정이 바로 의사결정이에요.
의사결정은 장기적 성공을 가르는 핵심 역량이에요. 특히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에게는 필수죠.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 누구를 채용할지,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어떻게 고객을 설득할지 등 선택은 끝이 없어요. 문제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리더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라는 점이에요. 그렇지만 이러한 결정이 쌓여서 자신과 조직의 성과로 나타나요. 좋은 선택이 쌓이면 더 오래, 더 높은 리더의 자리에서 일할 수 있겠죠. 반대라면 예상보다 일찍 직책을 내려놓을 수도 있고요.
중요한 것은 '직관'을 곧바로 따르지 않는 것이에요.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은 반세기 넘게 의사결정을 연구하며, 성공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을 밝혀냈어요. 그들은 선택의 순간에서 직관을 곧바로 따르지 않았어요. [1] 의도적으로 시간을 두고 정보를 수집하고 검토하며 판단을 다듬었어요. 그런 식으로 더 나은 결정을 만들어갔던 것이겠죠. 카네만 교수 역시 항상 즉답을 피했다고 해요. 전화로 문의를 받을 때면 의도적으로라도 바로 답하지 않았고요. 약간의 경험으로 직관적인 판단을 반복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동이에요.
리더에게 자신감은 분명 매력적이에요. 주저하지 않고 판단하는 모습은 주변 동료들에게 능력 있는 리더로 보이니까요. 이러한 인식은 구성원에게 안정감을 주고, 조직 내 리더로서 신뢰를 공고하게 만들어 줘요. 이런 이유로 자신감은 조직을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자신감이 곧 옳은 판단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한 판단은 익숙한 방식에 매달리게 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중요한 것은 결정의 순간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보를 검토하며 판단을 다듬는 과정이에요. 그렇게 해야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어요.
[1] Lebowitz, S. (2018, December 5). Make a good decision by delaying intuition, says Daniel Kahneman. Business Insider. (https://www.businessinsider.com/make-good-decision-delay-intuition-daniel-kahneman-20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