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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지 Oct 26. 2020

200만 원 정도 쓰니 사람 살만한 집이 되었다

나의 독립 비용

독립한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침대, 책상 같은 커다란 가구부터 시작해 주방 수세미에 이르기까지, 사람 사는 집의 구색을 갖추기까지 약 20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물론 집세, 대출이자, 공과금은 제외입니다. 지출 내역을 조목조목 살펴보니 침구류는 약 65만 원, 책상 및 행거 포함한 거실류는 60만 원, 그 외 자잘한 생활용품 및 주방물품을 구입하니 이번 달 안으로 200만 원을 초과할 것 같습니다. 이 집에 입주했을 때 구비되어 있던 건 에어컨, 냉장고, 인덕션, 신발장 옵션이 전부라 모든 걸 제가 다 채워 넣어야 했습니다. 전자기기를 제외하곤 남이 쓰던 건 못쓰는 편이라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입주 첫날의 집, 짐을 놓고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제 방에 처음으로 입주한 가구는 매트리스입니다. 이사 날짜가 추석과 겹쳐 주문한 모든 것들의 배송이 다음 주로 미뤄졌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가구들을 한 번에 주문하기보단 하나씩 나눠서 주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가구를 고를 때 두 가지 기준을 정했습니다.


   1. 2년 뒤엔 다시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만 구비할 것. (충동구매 X, 예쁜 쓰레기 X)
   2. 만약 본가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본가의 것들을 대체할 만큼 기능적/심미적 부분에서 쓸모가 좋을 것.


위 기준에 맞춰 집안 살림을 하나씩 채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계산한 결과 약 180여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아직 더 들여야 할 것들이 많기에 이번 달 안으로 200만 원 정도를 지출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핸드 드라이버로 조립하다 포기선언한 책상 (왼쪽 박스는 아직 미조립 된 행거)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책상과 행거는 무거운 완제품 대신 셀프 조립이 가능한 것들로 주문했습니다. 가구 조립을 하면서 소소한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일반 드라이버로 호기롭게 책상을 조립하다 손에 물집이 잡혀 조립 도중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그렇게 책상은 평일 내내 뒤집어져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본가에서 가져온 전동드릴로 일주일 만에 책상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동드릴도 난생처음 써보는 거라 나사가 다 조여졌음에도 계속 드릴질을 했습니다. 덕분에 나사의 홈 부분이 다 패여버렸어요. 2년 뒤 이사 나갈 때 다시 풀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행거 같은 경우는 거의 2주 넘게 박스째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파손된 부품이 있어서 다시 배송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고, 덩치를 보니 절대 퇴근 후 컨디션으론 안되겠다 싶어 큰맘 먹고 연차를 낸 날에 조립을 했습니다. 이 녀석 같은 경우는 상단부분을 잘못 조립해서 다시 재조립하느라 약 2시간 넘게 소요했습니다. 조립 당일엔 어깨가 빠질 정도로 팔이 아팠지만 완성된 가구를 보니 뿌듯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내가 기특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케아가 잘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케아는 가성비뿐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셀프 조립이라는 고생을 제공하는데, 이 고생이라는 것이 나중엔 보람과 성취감으로 바뀌어 결국 고객은 마지막에 느끼는 감정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이케아)


혼자만의 밤은 맥주로 마무리

새벽에 조명 하나만 켜고, 집 전체를 둘러보면 괜스레 감상적이게 됩니다. 내가 벌어서 내가 고른 것들로만 채운 나만의 공간이라 뿌듯하고 좋긴 한데 한편으론 이런 기분도 듭니다.                                          

                                                  "아, 왜 '오늘의 집' 같은 느낌이 안 나지.."

다소 엉뚱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아직 정리 못한 이삿짐이 남아있어 정리가 완료되고, 인테리어가 마무리되면 공간 사진 및 최종 비용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이지만 해야 할 게 정말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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